[AS] 중국 야구의 '도약'과 대만 야구의 '위기'
OSEN 기자
발행 2008.11.14 07: 37

막판 승패가 엇갈렸으나 경기력은 예상 밖이었다. 대만 야구를 대표해 2008 아시아 시리즈에 출전한 퉁이 라이온스와 시리즈 개최 4년 만에 첫 중국 프로팀 자격으로 나온 텐진 라이온스의 맞대결은 많은 점을 시사한 경기였다. 2년 연속 대만 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퉁이는 지난 13일 도쿄 돔에서 열린 2008 아시아 시리즈 텐진과의 경기서 9회말 판우시옹(27)이 터뜨린 좌중월 끝내기 스리런에 힘입어 7-4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중국팀에 고전, 대만 최강팀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반면 텐진은 상대 선발 린쳉펑의 제구 난조를 잘 공략하며 4회까지 4-0으로 리드를 잡는 등 초반 우세한 모습을 보이며 퉁이를 긴장시켰다. 특히 2회 퉁이 배터리의 약점을 찌른 더블 스틸은 장전왕의 2타점 좌익선상 2루타를 이끄는 귀중한 주루 플레이가 되었다. 상대 포수 가오즈강이 피치 아웃과 송구 능력에 약점을 보인 점도 있지만 주자들의 스피드는 분명 대단했다. 막판 계투진과 작전 수행 능력의 결여로 인해 시리즈 사상 첫 승을 거두는 데 실패했으나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텐진이 보여준 '중국 야구'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중국 야구는 빠른 속도로 부모의 말을 배우는 어린 아이처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개개인의 운동 능력 면에서 대만, 한국, 일본 등에 뒤지지 않는 중국은 더이상 대만에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 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반면 퉁이의 경기력은 최근 대만 프로야구의 어려움을 증명했다. 대만 프로야구는 올시즌 후 중국신탁 웨일스(이하 중신)의 해체 결정으로 인해 엄청난 홍역을 앓고 있다. 아마추어 리그 시절이던 1994년 16연승을 달리며 가을 리그를 제패하는 등 대만 리그의 강팀으로 도약하기도 했던 중신은 지난해 '승리 조작' 사건으로 인해 주력선수를 잃는 등 어려움을 겪은 끝에 해체를 결정했다. 지난 10일 중신 구단주 루오롄푸는 "경영 악화로 인한 해체가 아니라 전력 평준화를 위한 팀 해체"임을 밝히며 대만 직업야구 연맹(CPBL)에 5가지 건의안을 발표하며 팀의 숨통을 끊었다. 루오롄푸가 밝힌 5가지 건의안은 선수의 도박 관련 건 가중 처벌, 프리에이전트(FA) 제 도입, 1-2군 제 확충 및 중국 본토 진출, 효율성을 위한 연맹의 독립 법인 창설,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 제 도입 등이었다. 모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탄생한 한국 프로야구와는 달리 대만은 선수들의 연봉 지출을 줄이면서 관중 입장과 기타 수입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대만 리그 최고 연봉자는 LA 다저스 출신의 외야수 첸진펑(라뉴 베어스)으로 과거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30만 달러에 그친다. 한화 1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는 찾기 힘든 대만이다. 1차원적인 자금 지출은 막을 수 있으나 선수들의 생존권은 보장하지 못했다. 대만 리그의 선수들은 폭력단의 협박 속에 '경기 승패 조작'에 연루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좌완 게리 레스(전 두산)는 한 팬과의 이메일을 통해 "대만에서는 불법적인 승패 조작 움직임이 만연해 있다. 내게도 그에 대한 유혹이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레스는 2007시즌 라뉴의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다.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는 이기기 위한 야구가 아닌 불순한 의도의 야구는 선수와 팀의 경기력 향상을 이끌지 못한다. 선수들에게도 병역 의무가 부여되는 대만에서 본업인 야구로 큰 돈을 벌지 못하면 황야 속에서 '재사회화'에 나서야 한다. '선수 자격 상실'이라는 엄정한 철퇴에도 선수들이 폭력단의 협박 속에 승패 조작 유혹에 휩쓸리는 이유다. 선수 자격 상실의 위기 뒤에는 엄청난 부수입이 기다리고 있다. 리그에 만연한 '승패 조작'은 안에서부터 곪아 버린 리그를 만들며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까지 이끌었고 결국 그로 인해 중신의 해체 결정이 나왔다. FA 제도가 없어 스타급 선수를 제외하고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운 대만 야구는 90년대 완전히 몰락해버렸던 대만 프로농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퉁이와 텐진의 경기는 그저 중국 야구가 만들어 낸 이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국 야구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특히 '세계 야구계의 복병'으로 자리매김하던 대만 야구의 경기력 저하와 리그의 위기는 국내 야구계에 좋은 반면 교사가 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뤼원성 퉁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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