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충무로 경향] 저예산영화, 비주류 → 주류
OSEN 기자
발행 2008.11.14 08: 32

2008 영화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저예산영화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과거 100억 원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쏟아져 나왔고 이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한 영화에 4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은 매년 더 어려워지고 있고 영화 시장은 날로 침체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예산영화의 제작은 대안으로 떠올랐고 관객들도 이제 ‘규모’ 보다는 ‘작품성’으로 영화를 고르게 됐다. 제작비 규모에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선택한다. 올해는 특히 까다로운 관객들의 안목 때문에 많은 제작비를 들인 작품들이 큰 손해를 보고 스러져갔다(‘가루지기’ ‘님은 먼 곳에’ ‘모던보이’ ‘고고70’). 이제 규모가 커도 2% 부족한 영화에는 관객들이 싸늘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체험했고 규모는 작아도 웰메이드 영화에 더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순 제작비 6억 5000만원의 ‘영화는 영화다’가 100만 관객을 돌파, 대박을 터트리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순 제작비가 각각 20억원과 5억원이 투입된 ‘멋진하루’와 ‘비몽’의 경우는 ‘영화는 영화다’만큼 흥행을 잇지는 못했지만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연말 시상식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2월 4일 열리는 제7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최우수작품상 후보 5작품 중에 ‘멋진 하루’ ‘영화는 영화다’가 후보작으로 올랐다. 남우주연상에서도 하정우(멋진하루), 소지섭(영화는 영화다)이 후보자로 경쟁을 벌인다. 김기덕 감독(비몽)과 장훈 감독(영화는 영화다)은 올해 영평상에서 나란히 감독상과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저예산영화가 비주류로 취급되던 시절이 지나고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은 좋은 영화를 골라낼 줄 아는 관객들의 안목도 뿐만 아니라 좋은 작품이라면 개런티를 철저히 낮추어서라도 출연하겠다는 배우들의 의지도 한 몫을 한다.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 강지환, ‘멋진하루’ 전도연 하정우, ‘비몽’ 이나영 오다기리죠, ‘이리’에 윤진서 엄태웅 등이 출연했다. 이 배우들은 수십 억 원에서 수 백원에 이르는 상업영화에 몇 억씩 개런티를 부르며 출연할 수도 있지만 저예산영화의 작품성과 감독에 대한 신뢰로 자유롭게 참여하며 상업영화와 저예산영화의 줄타기를 유연하게 하고 있다. 스폰지ENT의 조성규 대표는 “이나영 소지섭 전도연 강지환 오다기리죠 엄태웅 윤진서 그들의 개런티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정말 작품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감독에 대한 신뢰로 작품을 선택했고 그래서 이 영화들이 나올 수 있었다. 돈에 관계없이 사이즈에 상관없이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참여해 준 배우들이 있어서 이런 영화도 가능했다. 이제 한국 배우들도 아트영화나 저예산상업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상황이 됐다. 그런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성규 대표는 “이렇게 작은 예산으로 제작하는 것이 한국영화 불황의 돌파구나 해답을 주는 기준은 아닌 것 같다”며 “영화마다 사이즈가 있다. 10억으로 찍어서 될 영화면 10억으로 찍으면 된다. 그 이상의 제작비로 찍어야 할 영화면 큰 규모에 맞게 찍으면 되는 것이다. 저예산 상업영화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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