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남우상, 어느 별이 웃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11.14 09: 05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별들의 잔치에서 누가 웃을까. 올해 연말 주요 영화제 남우 주연상은 악역들의 경쟁 무대다. 마치 누가 더 나쁜 놈인가를 겨루는 듯한 양상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강한 남성 캐릭터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남우상 경합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후보작을 발표한 영화제는 12일 '청룡영화상'과 12월4일 개최될 '대한민국 영화대상'이다. 잔혹 스릴러 '추격자'는 두 영화제를 통털어 모두 19개 부문에 후보자를 냈다. 김지운 감독의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합계 15개로 '추격자'를 추격하고 있지만 기세에서 조금 밀리는 분위기다.
특히 남우 주연상 부문은 예년과 달리 뚜렷한 수상 후보들을 점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스타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먼저 최다 수상을 놓고 한 판 싸움을 펼치는 '추격자'와 '놈놈놈'의 남자 주연 배우만 다섯명이기 때문.
'추격자'에서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던 악덕 포주 김윤석과 연쇄 살인범 하정우는 벌써 상복이 터져있는 상태다. 연말 청룡과 영화대상에서 한 해 수확을 결정지을 기세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갈채를 받았던 '놈놈놈'의 세 배우는 그 이름만으로도 유력한 남우상 후보 명단에 오르기 충분하다. 이상한 놈의 코믹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던 송강호, 생애 첫 악역을 맡아 마음껏 만주 벌판을 뛰놀았던 마적단 두목 역의 이병헌 등이 남우상 트로피를 노리는 중이다.
이밖에 ‘강철중’의 설경구, ‘고고70’의 조승우, 영평상 수상으로 기세를 올리는 중인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차승원 등이 "우리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은 조승우 이외에 나머지 인물 캐릭터들은 결코 좋은 인물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승우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난도질 하는 연쇄 살인마고, 그를 쫓는 김윤석 역시 전직 비리 형사 출신의 악덕 포주로 선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놈놈놈'에서도 좋은 놈 역할의 정우성만 유독 남우상 후보 명단에서 빠졌다. 나쁜 놈인 마적단 두목 이병헌과 도둑질과 열차털이 전고인 이상한 놈 송강호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공공의 적' 외전 격인 '강철중'의 설경구, 액션 누아르 '영화는 영화다' 의 소지섭은 각각 물불 안가리는 형사와 주먹에 목숨 건 마초로 열연을 펼쳤고, '눈눈이이' 차승원도 이유야 어쨌건 간에 경찰의 추격을 받는 범죄자로 출연했다.
높아진 한국영화 위기론 때문에 한 여름에도 찬 바람이 쌩쌩 불었던 충무로가 모처럼 레드카펫 시즌을 맞아 활기를 더해가는 요즘, 악역으로 승부를 건 남자배우들 간의 남우상 경쟁에서 누가 웃을 지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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