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이 판을 치는 게 요즘 드라마 제작 현실이지만 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노희경 극본, 표민수 김규태 연출)은 대본 완필로 화제가 되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그들이 사는 세상’ 16부 대본이 완필된 상태에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4회씩 끊어 대본을 주고 있다.
노 작가는 드라마 촬영 시작 전 16부 초고를 완성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자신이 처음 해보는 작품 스타일인데다 드라마 촬영 장면이 수시로 등장해 촬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5회 연극 회상 신이나 6회 사극 와이어 신 등은 수일 전부터 준비하고 하루 종일 찍어 불과 몇 분밖에 방송되지 않는다. 대본을 미리 완성해두지 않으면 드라마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 작가는 “이 드라마는 내가 먼저 대본을 끝내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며 “요즘 큰 줄기는 그대로 두고 소소한 양념과 문장 등을 바꾸고 있다. 일종의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까 대본을 미리 줘 세밀하게 준비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스태프는 세밀한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와 세트를 찾거나 만드는 건 물론 조명, 의상 등 세밀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대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사 외우기도 버거운 쪽 대본 현장과 달리 2~3주 전에 대본이 주어져 보다 세밀한 캐릭터와 감정 연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배우들이 16회 대본을 모두 보진 못했다. 표민수 PD는 현재 배우들에게 4회씩 끊어 대본을 주고 있다. 전회 대본을 줄 경우 계산된 연기가 나올 수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이런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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