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겸손함이 더욱 무서워 보인 中 야구
OSEN 기자
발행 2008.11.14 11: 00

"아시아 강호와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중국 텐진 지아오이 감독). "공부하는 자세로 임했다. 수준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중국 텐진 외야수 리우즈청).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야구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리그 우승팀인 텐진 라이온스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08 아시아시리즈 개막전 대만의 퉁이 라이온스와의 대결에서 4-7로 패했다. 텐진은 9회초까지 4-3으로 앞서 있어 중국 팀으로서는 이 대회 사상 첫 승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9회말 동점을 내준 뒤 대만 판우시옹에게 통한의 끝내기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들어선 텐진의 지아오이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지아오이 감독은 "정말 멋진 경기였다. 열심히 했고 마지막 역전은 운이 아닌 실력이었다"고 오히려 대만 퉁이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어 중국 야구의 부족한 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서슴없이 "배터리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섬세하지 못했다"고 평한 뒤 "아시아의 강국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텐진 지역은 야구의 인기가 높다. 가까운 시일 내에 야구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이런 지아오이 감독의 겸손함은 한 일본 기자의 민감한 질문에도 변함이 없었다. '투수교체 타이밍이 늦었다'며 사실상 감독 고유의 권한인 선수 운용의 문제점을 거론한 질타성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잠시였지만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기자회견장 내부를 휘감았다. 그렇지만 "하이 레벨 팀과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입을 연 지아오이 감독은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고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나아가 "경기 중 코치들도 실수를 한 것이 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코치들도 많은 것을 배웠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남은 경기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5년 창설돼 4회를 맞은 '2008 아시아시리즈'. 매 대회의 마지막은 일본의 독무대였다. SK가 한국 챔피언으로 참가한 작년 리그전서 주니치가 처음으로 한국에 패전을 맛봤을 뿐 일본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다. 상대적으로 프로리그가 활성화 돼 있는 일본, 한국, 대만과는 달리 중국은 선발대표팀을 파견해왔다. 그 만큼 중국 야구는 아시아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야구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대만과의 경기에서는 승부치기 끝에 승리를 거두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금메달을 따낸 한국대표팀과도 팽팽한 대결을 이어갈 정도로 끈끈한 야구를 보여줬다. 당시 중국전을 지켜본 대표팀 관계자들은 "중국 야구가 무섭게 급성장했다. 수비도 안정적이다. 프로까지는 아니지만 세미 프로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한 것 같다"고 중국대표팀을 평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중국 야구는 리그의 성장 잠재력이 엿보였다. 대표팀 아닌 단일팀이 나왔지만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으로 대만의 가슴을 놀라게 만들었다. 작년 중국대표팀을 상대했던 대만의 퉁이 감독은 "중국대표팀보다 전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전체적으로 수준이 올라와 있고 더 많은 성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았던 강광회 심판도 중국 좌완 선발 수창롱에 대해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슬라이더가 예리했다. 4회 들어 위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분명 중국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우리 대학 수준은 넘어섰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자존심이 강하다고 알려진 중국인의 거침없는 겸손함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야구의 저력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저력은 14일 도쿄돔에서 벌어지는 SK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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