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내준 히어로즈, 그리고 쌍방울
OSEN 기자
발행 2008.11.14 11: 01

젊은 주력선수를 내주며 거액을 받는 트레이드가 또다시 일어났다. 히어로즈가 좌완 에이스 장원삼(25)을 삼성으로 보내면서 좌완 박성훈(26)과 현금 30억 원을 받았다. 삼성은 이 트레이드로 오랫동안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를 받았다. 올시즌 12승 8패 평균 자책점 2.85를 기록한 장원삼은 140km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리그 정상급 좌완이다.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기여, 군 공백 또한 없는 최고의 에이스 자원이다. 반면 장원삼을 비롯 마일영(27), 이현승(25) 등 젊은 좌완 3명이 선발진에서 분투했던 히어로즈는 왼손 투수와 30억원을 얻었으나 오랫동안 에이스로 활약해 줄 선발 카드를 잃었다. 김시진 감독의 취임 아래 깃발을 높이 세우며 다음 시즌 선전을 기대하게 했던 히어로즈는 2008시즌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트레이드를 수용했다. 주력 선수를 내주고 거액을 받는 트레이드는 90년대 말 야구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연상케 했다. 김성근(현 SK) 감독의 지휘 아래 쉽게 지지 않는 야구를 펼치던 쌍방울은 1997년 말 터진 금융위기 속에 모기업이 법정관리 하에 들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1998시즌 개막 전 쌍방울은 현대 유니콘스에 포수 박경완을 내주고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났던 포수 김형남과 내야수 이근엽에 현금 9억 원을 받았다. 이 움직임은 시즌 중에도 계속 이어졌고 왼손 마무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조규제(현대 이적), 정확한 타격을 자랑했던 외야수 김실(OB 이적)이 팀을 도중에 떠났다. 쌍방울의 마지막 해이던 1999시즌을 앞두고도 트레이드는 계속 되었다. 쌍방울은 삼성에 주포 김기태와 잠수함 김현욱을 내주는 대신 포수 양용모와 외야수 이계성에 현금 20억 원을 받았다. 매머드급 트레이드 속에 쌍방울은 그저 희생양이 될 뿐이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 속에 쌍방울은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 경쟁에서 멀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위탁 관리 아래 산소 호흡기를 떼지 못하던 쌍방울은 그 해 28승 7무 97패(승률 2할2푼4리)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팀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말았다. 당시 김원형, 조원우 등의 시즌 중 부상으로 신음하던 쌍방울은 더 이상 내줄 선수가 없어 현대 피닉스 소속이던 강필선의 지명권을 현대에 넘겨줬고 2차 1순위로 뽑았던 대전고 마일영 또한 현금과 맞바꾸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삼성과 함께 쌍방울의 주요 선수들을 싹쓸이 했던 현대는 2000년대 좌초하며 결국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에 선수단을 인계했고 쌍방울 선수단을 모태로 삼은 SK는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라 일본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10년 전 그들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장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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