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폭'이라는 말이 마침맞았다. SK 와이번스의 '캐넌 히터' 김재현(33)이 도쿄 돔을 가로지르는 호쾌한 홈런포로 위력을 과시했다.
김재현은 14일 도쿄 돔서 열린 2008 아시아 시리즈 중국 톈진 라이온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1홈런, 볼넷 1개) 4타점을 기록하며 15-0(7회 콜드) 대승을 이끌었다. 특히 7회 대미를 장식한 라인 드라이브 성 홈런 타구는 김재현의 위력을 알 수 있게 했다.
1회 삼진과 3회 포수 파울플라이로 아쉬움을 보여줬던 김재현은 5회 좌전 적시타로 타격감을 빠르게 잡아나갔다. 6회 볼넷 출루 후 7회 2사 2,3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현은 톈진의 4번째 투수 쉬윈롱의 3구 째를 그대로 때려냈다.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때려낸 김재현의 타구는 너무도 빠르게 도쿄 돔 우측 펜스 위를 넘었다.
이미 경기 의욕을 잃어 버린 톈진 선수들에게 김재현의 홈런포는 한국 야구의 우월함을 증명한 아치가 되었다. 빨랫줄과도 같은 김재현의 홈런은 텅 빈 외야 관중석 의자를 때리고 다시 그라운드로 튕겨 나왔다. 톈진이 단말마를 지를 틈 조차 주지 않았던 빨랫줄 같은 타구였다.
야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 프로팀과의 경기였으나 김재현의 홈런은 왜 그가 주포로 인정받는 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일찍이 배트 스피드에 있어 국내 최고급으로 평가받았던 김재현은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베테랑이 되었으나 밋밋한 실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SK서 4시즌을 보낸 김재현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한 선수다. FA로 거금을 손에 쥐고도 부상 및 부진으로 인해 이름값에 못 미쳤던 선수들과 달리 김재현은 고관절 부상 및 수술이라는 치명적인 위기를 딛고 4년 간 SK의 주포로 맹활약해 왔다. 지난해 1할9푼6리 5홈런 19타점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는 한국시리즈서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하며 MVP에 올랐다.
김재현이 대한해협 건너 도쿄 돔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 그 홈런포를 때려낸 과정이나 궤적은 그의 '존재 가치'를 확실하게 새겨 놓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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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시아시리즈' 한국 대표 SK 와이번스와 중국 대표 톈진 라이온스 경기가 14일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벌어졌다. 6회초 2사 주자 2,3루 SK 김재현이 우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도쿄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