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53)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일까. 허정무호의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였던 조원희(25)가 15일 새벽 카타르와의 친선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풀백으로 이동했다. 조원희의 포지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이 기용이 허정무호에 있어 하나의 상징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12월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후 줄곧 김남일과 조원희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던 허정무 감독은 다소 수비적인 전술을 취하면서 측면에서 시작되는 공격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서 움직이는 공격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남일과 조원희 모두 상대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나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은 다소 부족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부터 허정무호는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 바로 김정우와 기성용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세우던 허정무호는 공격 성향이 강한 김정우와 기성용을 투입하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갖추게 됐다. 공격이 풀리지 않아 허무와 무승부밖에 없다던 허정무호로서는 큰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우즈베키스탄(3-0)과 아랍에미리트연합(4-1)을 상대로 거둔 완승으로 효과를 봤다. 다소 수비가 흔들린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만족스러운 결과였고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의 큰 틀에 손을 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 시작은 지난 3일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 엔트리에서 김남일이 제외된 것이었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은 카타르와 평가전 전반 조원희를 오른쪽 측면 풀백으로 이동시키면서 자신의 각오를 확실하게 내비쳤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조원희를 다시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허정무 감독이 다시 과거와 같은 수비 위주의 전술로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허정무 감독이 더 이상 어떤 틀에 묶인 축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