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트레이드 머니인 30억 원 이상의 파급 효과다. 삼성 라이온즈가 14일 히어로즈 좌완 에이스 장원삼(25) 영입을 발표하면서 한국 프로야구계는 엄청난 몸살을 겪고 있다. 장원삼은 히어로즈에 현금 30억원과 장신 좌완 박성훈(26)을 안겨주고 삼성에 둥지를 틀 운명에 처했다. 삼성 측은 트레이드에 대해 "프리에이전트(FA) 제도보다 더욱 효율적인 일 아닌가"라며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FA 제도 보상선수와 보상금, 그리고 선수 연봉 및 계약금을 따져보면 삼성에 이득이 되는 계약이 된다는 말과 똑같다. 다른 6개 구단은 이에 대해 엄청난 반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선수 기반 및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히어로즈와 거액의 현금 트레이드를 삼가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깨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선수 유출 가능성에 대해 암묵적인 어깃장을 놓았던 이사회 회의는 한국의 야구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대변했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이 수천 개 고교에서 선수들을 수급받는 것과 달리 한국은 50여 개의 고교 야구부를 지닌 데에 그친다. 유망주 시장이 작은 만큼 8개 구단이 아우를 수 있는 선수의 수와 스타 배출의 장 또한 그만큼 작아진다. 스타 선수 한 명을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들은 히어로즈의 전력 보존 및 다른 구단과의 대등한 '싸움'을 위해 이사회 결정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완제품' 장원삼을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트레이드 머니와 미완의 왼손 투수를 내주었다. 투수 조련의 달인인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이 박성훈을 좋은 투수로 조련 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어느 팀에 가더라도 선발진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장원삼의 '현재' 반대 급부로 보기는 무게감이 확실히 떨어진다. 자유 시장 경쟁의 관점에서 보면 삼성의 트레이드 단행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에 비해 엄청나게 협소한 한국의 야구 시장과 리그에 공헌한 선수에게 자유를 준다는 취지로 생겨난 FA 제도의 폐단을 입도선매 형식으로 피해 간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히어로즈를 상대로 다른 6개 구단이 '불문법적인 질서'를 깨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미 1990년대 말 쌍방울 레이더스의 좌초 과정이 야구팬들의 기억에 생생했던 만큼 여러 변수를 지닌 히어로즈의 동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성적'에 대한 선호도가 유별나게 높은 국내 야구 특성 상 경쟁력이 떨어진 구단의 가치는 결코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없는 동시에 리그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만다. 1976년 오클랜드 단장 찰리 핀리가 좌완 에이스 바이다블루 등 주축 선수들을 처분하려하자 커미셔너 보위 쿤은 그에 대해 즉각적인 제동을 걸었고 이는 FA 제도 창시의 도화선이 되었다. 선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시장 질서가 무너지면 '상생'이라는 단어는 먼 나라 이야기와 같다. farinelli@osen.co.kr 장원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