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영화산책]한국 시장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007' 시리즈 징크스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전세계 흥행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007' 최신작 '퀀텀 오브 솔러스'가 한국영화 기대작의 쌍끌이에 꼬리를 내리는 중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사상 처음으로 근육질의 제임스 본드 역 다니엘 크레이그를 앞세운 '카지노 로얄'의 속편이다. 숀 코넬리와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으로 이어지는 깔끔하고 멋진 바람둥이 신사 007의 이미지를 깼던 크레이그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아날로그식 강렬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007의 본고장인 영국 등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카지노 로얄'이 그랬고 '퀀텀 오브 솔러스'도 전편의 성공 모드를 이어가는 중이다. '뉴욕 타임스' 등 영화평에 까다로운 유력지들도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 관객을 만날 때면 '007'의 흥행 신화는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박은 못치고 늘 중간만 한다'는 평이다. 올해도 지난 주말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1주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음에도 내리막길이 가파르다. 대입 수능일인 13일 막을 올린 한국영화 기대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와 '미인도'의 쌍끌이 공세에 3위로 쭉 미끄러졌다. 스크린수를 유지하며 롱런을 장담했던 배급사의 기대를 저버린 셈이다. '앤티크는 평일 기준으로는 최근 보기 드문 개봉 첫 날 15만명 관객을 불러모았고 ‘미인도’ 역시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불리함을 딛고 11만 7000명을 동원했다. 김주혁 손예진의 '아내가 결혼했다'로 분위기를 잡기 시작하더니 한국영화 기대작 두 편의 늦가을 쌍끌이는 찬 바람이 쌩쌩 불던 극장가 불황을 단숨에 날려버렸고. 꽃미남 F4를 앞세운 웰메이드 코미디 '앤티크'가 수험생 사이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상대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관객층 상당수를 빼앗겼다. 같은 15세 관람가 등급 영화의 경쟁에서 '앤티크'는 7만명의 '007'을 더블 스코어 차로 압도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수험생들이 수능일 전까지는 극장행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대 층에서의 지지는 단연 근접거리 한국의 청춘스타들에게 몰린 게 분명하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앤티크'는 만화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동성애 코드, 유쾌발랄한 감수성을 영화에 고스란히 가져왔다. 특히 주지훈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 등 훤칠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가 돋보이는 모델 출신 배우들을 대거 기용, 꽃미남 파티쉐들이 대거 등장하는 원작 만화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여기에 프랑스의 미남 배우 앤디 질럿이 가세하면서 국내외 청춘 스타의 경연장을 방불케 함으로서 여성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팩션사극 '미인도'는 남장 여자로 등장하는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와 농염한 정사신을 곁들여 성인 관객층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중이다. 김민선(신윤복 역)의 연기 변신과 함께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주연 이후, 한 계단 업그레이드된 김영호(김홍도 역)의 중후한 매력이 돋보인다. 세대를 달리하는 타켓 목표를 잡은 '앤티크'와 '미인도'의 강력한 공세에 눌린 '007'은 총구를 어디에 겨눠야할 지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 극장가에서 '007'은 늘 중간에 머문다는 영화계 속설이 어김없이 확인되는 2008년 연말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