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막내린 '네이밍마케팅'
OSEN 기자
발행 2008.11.15 12: 04

[OSEN=김대호 객원기자] '네이밍마케팅'의 허상이 드러나는데 채 9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야구계의 '사생아' 히어로즈가 마침내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불과 8개월 여전인 2월24일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운 호언을 하면서 창단식을 열었다. 이장석(사진) 히어로즈 대표와 박노준 당시 단장은 "네이밍마케팅과 스폰서십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가 자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도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방식은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획기전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11월14일 히어로즈는 에이스 투수 장원삼을 삼성에 현금 30억 원에 팔았다. 이장석 대표는 "구단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했다. 이 돈은 선수들 복리증진에 쓰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복리증진'이란 선수들 '연봉인상'을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 아니 전 세계 처음으로 시도된 '네이밍라이트'는 이로써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참히 무너진 꼴이 됐다. 스폰서 기업에 구단이름을 팔고 그 돈으로 팀을 꾸려 나가 수익을 올리겠다는 이장석 대표의 야심찬 계획은 '무모한 도전'이었음이 드러났다. 히어로즈는 당장 내년 시즌 메인스폰서를 구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메인스폰서를 찾지 못하면 구단 운영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장석 대표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 다니고 있지만 계약 성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어로즈는 올 8월 (주)우리담배로부터 지원금이 끊어진 뒤 이 대표의 개인 주머니에서 운영자금을 마련해 왔다. 설령 메인스폰서를 구한다 해도 100억 원 안팎의 돈으로 1년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 KBO에 가입 분납금도 내야 한다. 또 다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구단자산(선수)을 잠식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 뻔하다. 구단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약화되고, 이장석 대표가 장담했던 '자생의 길'은 요원해질 것이다. 현재 야구계는 물론 히어로즈 내부에서도 더 이상 팀이 망가지기 전에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네이밍마케팅' 실패에 대한 책임은 히어로즈 뿐 아니라 프로야구계 공동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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