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SK와의 첫 경기 분위기가 아니다". 아시아시리즈 4연패를 노리고 있는 세이부 라이온스가 달라졌다. 세이부는 지난 14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대만 퉁이 라이온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기시 다카유키의 8이닝 1실점(10삼진) 호투를 앞세워 2-1로 신승했다. 이로써 지난 13일 한국 챔피언 SK에 당한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15일 최약체 중국만 넘으면 사실상 결승진출이 확정된다. 경기 내용에서는 세이부의 큰 위력감이 실감나지 않았다. 5안타에 그쳤고 6번의 잔루를 남기는 등 번번이 찬스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한국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SK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의 분석은 달랐다. 김 과장은 이날 세이부의 경기를 지켜보며 "지난 한국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기 내용에서 우선 달라졌다. 우선 SK전에 감기 증세로 결장했던 톱타자로 아카다 쇼고 대신 가타오카 야스유키가 복귀했다. 가타오카는 이날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두 번이나 출루했고 1회에는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유격수와 2루수로 뛰며 1점차 박빙 승부에서 안정된 내야진을 이끌었다. 진루타에 신경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강공으로 일관했던 SK전과는 달리 이날 대만전에서는 적극적으로 주자를 진루시키려 노력했다. 상대 선발이 대만국가대표 판웨이룬이었다는 점도 있지만 선수들이 각자 팀 플레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과장은 "2번 구리야마 다쿠미의 희생번트 실패가 있었지만 사토 도모아키가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며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점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긴장도가 다르다. SK전 때는 첫 경기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일본시리즈 우승 기쁨의 잔상에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조금씩 이 대회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하면서 일본 대표라는 압박감을 받은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팀내 최다승 투수 기시를 8이닝까지 던지게 했다. 일본시리즈에서만 완봉(9이닝), 5⅔이닝(무실점) 투구로 지쳐 있는 상태지만 120개를 던지게 할 정도로 완벽한 승리를 원했다. 기시는 초반 긴장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제 구위를 찾았다. 4회 2루주자 오시마 히로유키가 짧은 좌중간 안타 때 무리하게 홈으로 뛰어들다 아웃된 장면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를 파악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평소 유격수 주앙징허의 송구가 부정확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송구가 정확하게 날아갔다. 경기 후 와타나베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SK전과 달라진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매 경기마다 전술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설명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SK와의 첫 경기 때의 여유는 보이질 않았다. 이날 오후 6시 대만과의 경기를 통해 결승 진출을 노리는 SK는 한층 짜임새를 갖춘 전력에 마음가짐까지 새롭게 한 세이부와 16일 결승전에서 맞붙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