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전주 KCC가 흔들리고 있다.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하던 KCC는 지난 주말 원주 동부와 울산 모비스에게 연패하며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하승진(221cm)과 서장훈(207cm)을 보유하며 올 시즌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던 KCC에게는 믿을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역으로 높이에 대한 지나친 고집이 팀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우승 후보인 동부에 패한 것과 달리 높이에서 상대가 안 되는 모비스에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KCC의 최근 경기 내용을 살펴본다면 이 사실을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5일 동부전에서 KCC는 첨예한 높이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3가드를 들고 나온 동부의 빠른 농구에 휘말리며 완패했다. 그리고 16일 모비스전에서는 다소 유연한 작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빠른 선수들로 응수한 모비스에게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한 채 패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KCC가 높이에 구애 받지 않을 경우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는 데 있다. 특히 모비스전이 그렇다. 3쿼터에서 KCC는 하승진을 빼고 서장훈과 마이카 브랜드 그리고 추승균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맹추격을 벌였다. 비록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KCC의 가야 할 길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있다. 하승진과 서장훈을 보유했지만 막상 이 둘을 동시에 쓸 수 없는 KCC의 현 상황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표현이다. 최소한 지금 KCC에 필요한 것은 높이에 대한 고집이 아닌 스피드와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