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25, 본명 백명훈)의 첫 인상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 했다. 긴머리를 양갈래로 로 앙증맞게(?) 묶고 핑크색 셔츠를 입은 채 걸죽한 목소리로 랩을 하는 모습은 한 번 보면 좀처럼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그의 이런 모습을 어디서 보았더라. 바로 이효리 '유고걸'(U-GO-Girl) 뮤직비디오 안에서였다. 그는 '유고걸'의 파워풀한 랩으로 음악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첫 싱글 '괜찮아'로 '이효리의 남자'가 아닌 래퍼 '낯선'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 강렬한 첫인상!
낯선은 긴머리를 휘날리며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180cm를 훌쩍 넘는 큰 키에 턱을 덮고 있는 수염, 웨이브진 단발머리까지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데 나이가 83년생, 26살이라니 더 놀랍다. 적어도 그 나이는 아닐 거라는,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프로필을 찾아보면서 의아해 했는데 역시 실물을 보니 나이를 재차 확인하게 된다. 본인도 자신이 실제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제는 이런 반응이 더이상 어색하지도 않다고 했다.
낯선은 "어렸을 때 일본에 갔다가 초등학교 때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그러다가 다시 중학교 때 청주로 이사를 갔는데 애들이 서울 사투리를 쓴다고 괴롭혔다. 당시까지 나름 곱상하게 생겼었는데 청주 애들이 텃새가 심해 맞으면서 중학교에 다녔다. 살아남기 위해 외모가 이렇게 변한 것 같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했다.
'낯선'이라는 이름도 신선하다. 낯선은 본명 '백명훈'의 성 '백'을 따 '빽가'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다. 그러다가 코요태의 빽가가 그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낯선'이라는 예명을 짓게 됐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백'씨 치고 '빽가'로 불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 '빽가'라는 이름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코요태 빽가에게 서운한 것은 전혀 없다. 낯선은 되도록이면 한글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낯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가림이 심한 자신의 성격과 늘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 막상 눈물은 안 나더라!
낯선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아버지와 포항공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형 사이에서 집안의 문제아로 통하기도 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을 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하셨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자신과 닮은 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형은 든든한 지원자가 돼 줬다. 용돈도 주고 항상 힘을 내도록 응원했다.
2001년 부터 케이카로(K-caro)라는 2인조 힙합 그룹 멤버로 활동했다. 그리고 '낯선'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앨범을 내면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20시간이 넘게 걸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실감이 났다. 어떻게든 앨범을 내는데 중점을 두고 그렇게 쉽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눈물로 다 말할 수 없는 의미가 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
# 효리 누나와의 작업은 행운!
낯선은 '유고걸' 녹음을 하기 위해 녹음실에 갔다가 처음 이효리를 봤다. 처음 그가 랩을 녹음 할 때만 해도 '유고걸'이 타이틀 곡으로 정해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유고걸'이 타이틀 곡으로 정해지고 운이 좋았다. 효리 누나한테 고마웠다. 뮤직비디오 속 양갈래 머리나 뱅뱅 돌아가는 안경도 곡 분위기랑 잘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촬영 했다"고 밝혔다.
낯선은 10, 11월 대스타들 속에 활동을 하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좋단다. 그는 "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이 안나오는데 스타들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제법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인지도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른 대형 가수들을 보려고 보고 있다가 나도 보게 되고 그렇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요즘 가수들이 피처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은 곡을 만들고 어떤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해 전체적으로 노래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고 빛날 것 같으면 그 때는 피처링을 쓰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낯선에게 어떤 가수와 함께 작업을 해 보고 싶냐고 묻자 강산에, 안치환을 꼽았다. 평소에 좋아했던 그들과 작업을 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된다.
피처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음악이 좋으면 다 참여한다는 낯선은 자신을 평화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사고의 틀 따위는 버려버리고 자신으로 부터 그리고 자신이 해온 음악으로 부터,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려는 그에게서 항상 '낯선' 것이 주는 신선함과 설렘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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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