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후폭풍’ 장원삼, ‘한국판 벳쇼’가 될까
OSEN 기자
발행 2008.11.18 15: 27

1949년 일본프로야구가 중흥기를 맞이하던 시기였다. 1936년 출범해 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15개팀으로 팀이 급격히 늘어나고 단일리그로 진행되던 일본프로야구계는 뜻하지 않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최고 인기 구단에 물량공세를 펴던 부자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당대 최고의 강속구 투수이자 강타자로 투타를 겸비한 최고스타 벳쇼 다케히코를 무리하게 스카우트하는 일이 벌어졌다. 요미우리는 20승대 투수인 벳쇼를 유혹, 소속팀인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로부터 빼내면서 반발을 샀다. 이 문제는 1년여의 지리한 공방전을 벌인 끝에 벳쇼는 자이언츠 이적이 추인됐고 단일리그는 요미우리의 센트럴리그와 난카이의 퍼시픽리그로 갈라지는 계기가 됐다. 요미우리의 ‘선수 빼가기’에 분노한 구단들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맞선 요미우리파 구단들이 둘로 나뉜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파문이 일고 있는 히어로즈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30억 원에 ‘부자구단’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것과 오버랩이 된다. 트레이드 당사자인 히어로즈와 삼성 구단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트레이드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6개 구단은 히어로즈가 창단될 때 합의한 ‘5년간 구단 매각 및 현금 트레이드 금지’를 어겼다며 트레이드 취소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거센 트레이드 후폭풍에 KBO는 총재가 승인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채 19일 임시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결론낼 예정이다. 만에 하나 트레이드가 승인된다면 나머지 6개 구단의 반발은 불을 보듯 훤하다. 벌써부터 6개 구단 중 일부에서는 “삼성과 게임을 보이콧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차제에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새리그를 창설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일본야구도 비슷한 진통을 거친 끝에 양리그제가 탄생하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KBO를 압박하고 있다. 조금 비약이지만 6개 구단이 한 리그를 만들고 삼성과 히어로즈가 한 리그로 새로 팀들을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인 것이다. 서울 구단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예전 현대 유니콘스가 탄생하기전 현대 그룹에서 실업팀 현대 피닉스를 창단하면서 또 다른 리그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현대가 중간에 노선을 바꿔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해 현재 리그에 참여했지만 삼성도 형제 그룹사 등이 참여하면 한 리그는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그리고 ‘선수 빼가기’ 없기 협정을 맺고 양리그로 운영해 우승팀끼리 맞붙는 진정한 한국시리즈 챔피언 결정전을 갖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며 이번 사태를 오히혀 발전적인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야구장도 현재 쓰지 않고 있는 전주구장, 수원구장, 마산구장 등을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견해이다. 한마디로 장원삼이 ‘한국판 벳쇼’가 될 수도 있음을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19일 이사회에서 트레이드가 취소되면 잠잠해질 이야기이지만 승인이 되면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이다. 6개 구단이 삼성,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보이콧한다는 자체가 또 다른 리그가 만들어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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