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10년 전인 1998년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즈음이었다. 김응룡 해태 감독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그날 경기까지 빠져가며 김응룡 감독이 입원한 까닭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해태의 주전 마무리 투수이자 한국 최고의 소방수 임창용(당시 22세)을 삼성에 트레이드시킨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김응룡 사장은 병석에 누워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구단 사장)이 프로야구를 망하게 한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김응룡 감독의 '입원 소동'으로 임창용의 삼성 트레이드는 일단 보류됐지만 그해 12월14일 결국 임창용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야구의 무너진 동업자 의식에 분노를 금치 못했던 김응룡 해태 감독은 지금 삼성 사장이 돼 있다. 삼성은 예전 해태처럼 운영난에 시달리는 히어로즈로부터 에이스 장원삼을 사왔다. 프로야구계는 10년 전으로의 후퇴를 방지하기 위해 히어로즈 선수의 트레이드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달았지만 삼성의 '베팅'앞에 무용지물이 됐다. 김응룡 삼성 사장은 10년 전 "부자구단의 선수 빼가기는 프로야구팬들을 야구장 밖으로 내모는 꼴이며, 프로야구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야구를 아는 사람'을 대표해 전문경영인으로 탈바꿈했다. 프로야구 공멸을 부르짖었던 감독 출신 사장이 '선수 장사'를 진두지휘했다. 아이러니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누구보다 야구인 편에 설 것을 약속했던 인물이 반 야구인적인 '약육강식'의 첨병이 됐다. 김응룡 사장은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는 야구규약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문서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김응룡 사장은 알고 있다. 이번 일로 김 사장의 야구후배들이 얼마나 비애감을 느끼고, 혼란을 겪는지. 또 이 트레이드가 프로야구 시장을 얼마나 혼탁하게 만들고, 야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지. 야구규약을 내세우는 김응룡 사장은 1998년의 아픔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응룡 사장은 '야구인'일까, 아니면 그저 '구단 사장'일 따름인가. 10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한 '야구인 출신 사장'의 얼굴이 어둡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