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잘서면 남의 덕을 볼 수도 있는 게 세상살이다. 프로야구판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에 오르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20)로 인해 덕을 본 사람들이 생겨났다. 두산 베어스 박용곤 구단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 타율 2할7푼대 이상 기록하면 코칭스태프 전원에게 골프채 한 세트씩 선물하겠다고 공언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은 이같은 자신의 약속을 시즌 후에 지켰다. 팀이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팀 타율 2할7푼6리를 기록했다. 2할8푼2리로 공동 1위를 기록했던 SK와 롯데에 이어 3위의 성적이었다. 얘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별다른 미담이 못됐을 것이다. 박용곤 회장이 1군 코칭스태프 7명 뿐만 아니라 2군 지도자 6명에게도 똑같이 골프채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바로 김현수에게 있었다. 김현수의 올 시즌 타율은 3할5푼7리. 그 덕분에 팀 타율이 목표치를 넘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최근 사석에서 김현수를 만난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이 “네 덕분에 우리도 골프채를 선물로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하자 김현수가 “별말씀을 다하신다”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박종훈 2군 감독은 김현수의 신일고 대선배. 골프채 선물은 물론 두산 2군 선수들의 ‘전설’로 불리는 김현수를 길러낸 2군 코칭스태프의 노고를 기리기기 위한 구단주의 배려였다. 두산은 올해 리딩히터 김현수를 비롯 타격 2위 홍성흔(.331), 13위 김동주(.309), 15위 이종욱(.301) 등 4명이 타율 3할대를 넘어섰다. 김현수의 드러나지 않은 미담은 또 있다. 김현수는 시즌 중 2군에서 타자가 올라오거나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들(모두 선배들이다)이 있으면 어김없이 배트 두 자루씩 선물했다. 국내 프로야구판에서 1군 유명 선수가 되면 배트 제조업체가 줄을 서서 배트를 제공하는 게 관례처럼 된 터. 김현수 역시 시즌 중 다달이 수십 자루의 배트를 제공 받아왔다. 그 가운데 절반가량을 동료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김현수는 이와 관련해 “나는 한 달에 5자루정도면 된다. 남는 배트를 준 것 뿐인데…”라며 숙쓰러워했지만 2군 시절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만의 ‘베풂과 나눔’에 주변에서는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