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영화산책]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눈물 한 방울과 가벼운 한숨,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곁들여줄 로맨틱 멜로 영화가 제 격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문을 나설 때면 온 몸이 훈훈하게 덥혀지는 행복한 멜로가 그리운 계절, 강풀이 자신의 대표작 ‘순정만화’로 연인들의 마음을 노크하고 있다. 사랑에 울고 웃는 해피엔딩의 멜로 흥행작은 한동안 국내 극장가에서 실종 상태였다. 최근 수 년동안 기대했던 멜로 수작들이 연달아 참패한 여진이다. 특히 올 해는 딱 이렇다 할 로맨틱 멜로를 찾기 힘들었다. 연초 감동 스포츠 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시작으로 스릴러 ‘추격자’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김지운 감독의 김치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외화 뮤지컬 ‘맘마미아’로 이어지는 흥행작 목록에 로맨틱 멜로는 단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함께 추워지는 경기침체기의 초겨울에는 훈훈한 끝맺음의 멜로가 관객들을 불러모은다. 시기적인 요인으로는 강풀 베스트셀로를 원작으로 한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 강인 주연의 ‘순정만화’가 어필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메가폰은 잔잔하면서 세밀한 스토리 전개에 강한 류장하 감독이 잡았다. 이달 말 개봉할 ‘순정만화’는 강풀 원작을 맛깔스럽게 변주했다. 이미 수백만 애독자를 울리고 웃겼던 인기 만화를 스크린에 옮기면서 원작 그대로의 스토리를 가져가기는 부담스럽다. 류 감독은 캐릭터들의 연결 고리를 영화에 맞도록 단단히 맞물리고 군더더기는 줄이면서 잔잔한 웃음과 깜짝 반전을 삽입하는 연출의 묘를 잘살렸다. 순박한 30살 유지태와 당찬 18살 이연희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도 재밌지만 영화 ‘순정만화’는 영화에 관한 한 신인이나 다름없는 ‘커피 프린스 1호점’ 채정안과 슈퍼주니어 강인의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매끄러운 연기가 돋보이고 신선하다. 특히 지난해 슈퍼주니어만의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이후 두 번째 스크린 도전에 나선 강인은 시사회에서 “영화속 강숙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린다” “로맨틱 멜로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채정안의 매력은 여전하다. ‘순정만화’에서 그녀가 맡은 하경 역은 사랑에 상처받아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들어하는 인물.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강숙은 포기하지 않고 대시한다. MBC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력 논란을 빚었던 이연희는 자기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수영 역을 만나 신바람을 냈다. 그녀에게는 아직까지 드센 성격의 거친 여성 캐릭터 보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마시멜로우 스타일이 어울린다. 상대남 유지태와의 안정된 연기 호흡도 브라운관의 그 것에 비해 한결 안정됐다. ‘순정만화’는 인공 조미료 아닌 천연재료로 맛을 낸 된장국 같은 느낌이다. 마실 때 구수하고 뒷맛은 시원하다. 빠른 탬포의 자극적인 영화에 길들여진 요즘 관객들이 그 참맛을 느끼기에는 노력이 필요할 지 모른다. 18일 기자시사후 ‘밋밋하다’는 평들이 나왔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편으로 강풀의 러브 스토리는 밋밋한 전개 속에서 인간미를 찾아가는 느린 감동의 미학으로 정상에 올랐다. 여름에 관객들은 청량음료를 찾는다. 찬바람이 불고 가슴 한 켠이 쓸쓸해지면 로맨틱 멜로가 그리워진다. 올 연말, 한동안 잊혀졌던 로맨틱 멜로의 따스한 행복을 ‘순정만화’가 찾아줄수 있을 지에 충무로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