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미국 경기는 최악으로 접어들었다. 여러분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메이저리그와 인연이 깊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이 메이저리그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000년 메이저리그의 경제 격차를 분석하기 위해 마련된 '블루리본 패널'에 참가한 볼커가 다시 한 번 야구계에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으로 차기 재무장관 후보에도 올라 있는 볼커는 2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구단주 총회가 열린 뉴욕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월드시리즈 당시 강연을 해달라는 버드 실릭 커미셔너의 부탁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날 30개 구단 구단주들을 상대로 비공개로 진행된 강연에서 그는 현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유독 강조했다. 스튜어트 스턴버그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주는 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는 내용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경제계 최고 권위자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어보니 위기의 심각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인 스턴버그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존 헨리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와 함께 월가 사정에 가장 정통하다. 미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 팬들이 직장을 잃고, 티켓 구입과 상품 구매 등 '야구 소비'를 줄일 경우 구단이 받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스몰마켓 구단들이 먼저 타격을 입겠지만 빅마켓 구단들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티켓이 없어서 못파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위시한 몇몇 구단이 최근 내년 시즌 입장권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정이 더 나빠질 경우 몇몇 구단은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할 판이다. 실릭은 "지금은 긴장해야 할 때다. 다만 앞날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는 각 구단이 결정할 문제"라며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2000년대 초반 커다란 소동을 겪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몬트리올 엑스포스 같은 살림살이 규모가 적은 구단들이 "팀 해체를 불사하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수입이 적어 구단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사무국은 선수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매출공유제도를 확대하고, 사치세를 강화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야구 산업은 급격히 커져 올해 매출액 66억 달러(10조원)를 바라보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9월말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급속도로 실물 경제로 옮겨가면서 위기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또 다시 '못살겠다'는 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시카고 컵스 등 매각을 추진하는 몇몇 구단이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메이저리그가 어떤 강구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