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삼성 대 반 삼성' 구도가 형성되는 것인가. 지난 일주일 동안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은 21일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불가 판정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한 마디로 '공룡구단' 삼성과 6개 구단의 힘겨루기였다. 결과는 6개 구단 연합세력의 판정승이었다. 삼성과 히어로즈 등 트레이드 당사자를 제외한 6개 구단이 일치단결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안의 중대성도 크지만 삼성의 일방독주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일본의 '요미우리 대 반 요미우리'와 같은 '삼성 대 반 삼성' 기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삼성은 현대가 사라진 뒤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서 유일한 '큰 손'이다. LG가 올 겨울 FA(자유계약) 시장에 뛰어들어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삼성과 1대1로 맞서 이긴 적은 없다. 다른 구단들이 경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삼성은 지난 1998년 쌍방울로부터 김현욱 김기태를 받으면서 현금 20억 원을 주는 트레이드를 한 이후 10년 만에 현금 트레이드 카드를 썼다. 삼성에서 '현금'을 풀기 시작할 경우 여건상 다른 구단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 히어로즈 같이 재정적으로 열악한 구단이 있을 경우엔 삼성의 물량공세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을 두고 "만일 삼성이 아니고 다른 구단에서 현금 트레이드를 했어도 이렇게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을 지 의문이다"는 한 삼성 관계자의 말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삼성은 1996년 현대가 프로야구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7개 구단과 동업자로서 보조를 맞추며 최소한 돈으로 선수를 빼가는 일은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1992년 양준혁을 영입하기 위해 편법으로 입대시키거나 롯데 연고선수인 최창양을 스카우트 하기위해 미국행 뒤 역수입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현대가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재계 라이벌' 현대에서 무차별 선수영입에 나서자 삼성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 맞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IMF가 터지고 현대마저 공중 분해된 지금, 다시 삼성에서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현금을 뽑아든 것을 다른 구단에선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매우 위태롭게 보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전력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이 또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선수를 빼내갈 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일본 프로야구도 요미우리의 선수 빼내가기가 발단이 돼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로 나눠졌다. 실제 신상우 총재가 트레이드 승인으로 결정했을 경우 6개 구단 사이에선 리그탈퇴의 극단적인 대응방법도 제기됐었다. 아직 '반 삼성' 기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삼성의 독주에 6개 구단의 공동대응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15일 삼성 선수단에 합류한 장원삼이 김재하 단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