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큰 사람으로 성장한 '사령관' 송병구
OSEN 기자
발행 2008.11.24 09: 54

최근 e스포츠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외에 워크래프트3와 FPS게임들의 대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종목 활성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선수들의 사회적인 시각도 비약적으로 달라졌다. 예전 '황제' 임요환(28, 공군)이 공중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당시는 임요환 중심의 얘기만 나왔을 뿐이다. 임요환 위주로 비춰지던 e스포츠서 이윤열(24, 위메이드), 장재호(23, MYM), 송병구(20, 삼성전자), 진영수(20, STX), 이영호(16, KTF) 등 이 바닥서 내노라하는 선수들이 공중파에 모습을 비칠 정도로 성장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적으로 시장이 다변화되고, 사회적인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선수들의 내적인 발전도 그에 못지 않아 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라는 의견에는 부정하지 않지만 사람의 천성 자체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e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후광효과에 대해 말을 하고 한다. 별로 주목 받지 못한 선수들도 개인리그서 한 번 우승을 차지한 이후에는 그 선수 자체가 보여지는 포스가 남다르다는 것을 말할 때 '후광효과'에 자주 언급한다. 실제로 우승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선수에게 겉으로 달라진 점이야 없겠지만 내적으로 생기는 자신감이 선수를 너무 다르게 보이게 할 정도다.
최근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사령관' 송병구(20, 삼성전자)을 빼 놓을 수 없다. 그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수줍어 하던 10대 소년의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송병구가 바뀌었다는 점은 예전의 그가 문제 있었다는 점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전체를 생각하는 큰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23일 기자와 만난 자리서 "오후에 KBS 퀴즈쇼에 출연했는데 공중파 방송국의 스케일에 놀랐다. 진행하는 무대도 그렇고, 전혀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너무 우리에게 불리했다(웃음)"고 말문을 연 그는 "다 좋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시사 관련 프로그램이고 프로게이머들을 초청한 자리라 e스포츠에 대한 관련 문제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면서 "게이머들이 대부분 시사상식에 약해서 아주 진땀을 뺐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까지 프로게이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e스포츠에 대한 문화를 알리고 싶고, 게이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송병구의 말처럼 e스포츠는 아직 사회의 시선이 냉랭하지만 지난 1999년 e스포츠가 생길 때와 비교해서 엄청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제 곧 2009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외형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열살에 걸맞는 내적인 성장에도 주력해 e스포츠 자체의 저력을 키워야할 때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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