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인데 기름 값이며 물가는 자꾸 오르고, 애써 마련해놨던 목돈으로 투자한 펀드도 반토막이 나버렸다. 손해를 만회하겠다고 끌어 쓴 대출금까지 다 까먹어 파산 지경에 놓인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펀드에 들어간 돈은 그야말로 서민에게는 ‘피 같은 돈’이다. 아이들 세뱃돈에다 용돈까지 긁어모아 펀드에 넣었다가 절반 이상을 날린 부모들은 아이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고 한다. 결혼자금이나 이사자금을 까먹은 사람들도 홧병이 날 지경이다. 은행이자보다는 낫다는 말에 솔깃해 노후자금을 날린 어르신들은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펀드로 골병들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다. "울화가 치밀어서 못살겠다"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치며 한숨 쉬는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돼 버렸다. 금융시장의 끝없는 추락이 서민경제는 물론 서민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 추락하는 서민경제가 '홧병' 키운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홧병'이란 분노나 스트레스의 화기(火氣)가 심장과 머리를 침입하여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까닭 없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얼굴이 자주 붉게 달아오른다 ▲땀이 난다 ▲갑갑증이 발생한다 ▲잠을 잘 수 없다 ▲입맛이 없다 ▲속이 울렁거린다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홧병은 그 원인도 다양하다. 우연히 발생한 가족의 사고나 죽음 등으로 급작스럽게 유발될 수도 있고, 시댁식구나 가족과 불화, 사업실패, 이직, 실직 등으로 서서히 유발될 수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사업부진, 이직이나 실직 등으로 남성들의 홧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바고한의원 남상춘 원장은 "홧병은 방치하면 대부분이 우울증으로 넘어간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분노 감정은 자신의 타고난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여 정신적인 에너지 고갈로 이어져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고, 항상 피곤하여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홧병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희망이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개인 감당하기는 너무 높은 파도와 같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옛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표현이 있듯 현재의 어려운 현실로 유발된 과도한 분노나 불안한 감정에서 비롯된 홧병 또한 적절한 자기 억제를 통해 다스릴 수 있다. 본인의 의지대로 자신의 감정이나 육체를 통제할 수 없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육체적인 질병은 눈으로 드러나기에 누구나 치료에 동의하지만, 홧병처럼 정신에 병이 발생하면 치료를 받기를 꺼려하거나 숨기고 자신의 의지대로 극복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홧병은 자신의 정신적인 통제를 벗어나 육체적인 증상이 유발된 상황이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남상춘 박사는 "비관적인 단계를 넘어서 침묵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은 보통 우울증의 시초인데, 홧병이 우울증의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 우울증이 오지만 현재의 거대한 파도가 지나가고 난 뒤에 따라올 잔잔하고 평화로운 바다를 생각하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