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을 연예계도 피해갈 수 없다. 드라마 영화의 거품이 사라지고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면서 “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없어 놀고 있다”는 게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작진은 “이 배우가 꼭 출연해 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바빠서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은 불황에도 일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배우 김갑수는 KBS 2TV ‘대왕세종’에서 황희로 출연했으며 현재 SBS ‘타짜’,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에 겹치기 출연 중이다. 이순재는 KBS 2TV ‘엄마가 뿔났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 MBC ‘사랑해, 울지마’ 등에 잇따라 캐스팅 되면서 쉴 틈 없이 작업하고 있다. 강부자 역시 ‘엄마가 뿔났다’ 이후 ‘사랑해, 울지마’에 투입됐으며 이종원은 MBC ‘에덴의 동쪽’, KBS 2TV ‘바람의 나라’에 이어 MBC ‘내 인생의 황금기’ ‘종합병원 2’에 출연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연 아닌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어떤 배역을 맡기든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겹치기’ 출연이라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 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때문에 시청자도, 제작진도 문제삼지 못한다. 특히 중년 배우들의 일거리 쏠림은 더욱 심하다. 일단 중장년층 배우들이 많지 않다. 수적으로 열세하다. 때문에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 혹은 미니시리즈에서 주인공들의 부모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항상 정해져 있다. 이순재는 할아버지 단골이고 나문희, 강부자 등도 어머니로 곧잘 출연한다. 다소 식상할 수 있지만 이들 만큼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작진은 끊임 없이 러브콜을 보낸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현재 캐스팅 단계에 있는 한 영화 제작사 측은 “이 역할을 고두심씨가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고두심, 김해숙 등 불황에도 작품을 골라가며 출연하는 배우들은 따로 있다. 신인이라도 연기력 검증 받은 ‘유망주’들은 불황을 타지 않는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연기 호평 받았던 쥬니(하이든 역) 역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있다. 제작사 측은 “이런 불황에 출연 제의가 계속 들어와 정말 다행이다. 아무래도 신인인데 연기력이 좋아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기력 탄탄한 주조연급 신인은 캐스팅에도 부담이 없고 스타성만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불안정한 연기력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블루칩으로 주목 받는다. 결국 불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실속파들은 ‘연기력’으로 무장한 실력파 배우들이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