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핵심 코드로 떠오른 집단 MC 체제가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예능 장르가 있다. 바로 입담꾼들의 경연 무대인 토크쇼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팀워크를 과시하는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과 달리 토크쇼에 도입된 집단 MC 체제는 모래성처럼 부서지기 쉬운 모습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BS 월요일 심야 예능 프로그램인 ‘야심만만 시즌2-예능선수촌’(이하 '야심만만2')다. 자칭 타칭 예능 우량아들을 모두 MC로 모아놓은 '야심만만2'는 과유불급(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란 중용의 한 구절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예능선수촌'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야심만만2'의 집단 MC 진용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강호동을 비롯해 김제동 윤종신 MC몽 전진 서인영 등 쟁쟁한 멤버들을 끌어모았고 예능 신인으로 태국 출신 꽃미남 닉쿤이 가세했다가 빠졌다.
그러나 쟁쟁한 입담꾼들과 매주 자리를 같이 하는 게스트는 불과 한 두명에 불과해 결국은 MC들의 누가 누가 말 많이 하나 경쟁 모드로 진행되기 일쑤다. 출연진이 매회 새로운 주제에 도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잘 어울리는 집단 MC 체제가 토크쇼 무대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제동은 최근 강호동 진행의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 “항상 혼자 마이크만 들고 하던 진행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아직도 집단 MC 체제에는 적응이 덜 된 것 같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어 “얼굴은 나이 들어 보이지만 현재 MC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막내다. 그래서 여전히 주눅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승부수는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거침없이, 자신있게 진행을 하되 너무 지나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또 '야심만만' 등 집단MC 체제 아래의 토크쇼 게스트 대부분은 예능 프로 출연이 잦은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신변잡기와 에피소드 토크란, 시청자들에게 늘 그 나물에 그 비빔밥 수준에 머물고 있다. MC들 조차 여기저기 예능들에 겹치기 출연이 잦은 터여서 MC와 게스트의 위치로 서로 맞바꿔가며 얘기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자주 연출된다.
그렇다보니 경쟁이 치열한 월요일 심야의 지상파 TV 3사 예능 경쟁에서 '야심만만2'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AGB닐슨 조사에 따르면 24일 '야심만만2'의 전국 시청률은 8.1%로 전주 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며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이에 비해 정통 토크쇼 패턴을 고수하고 있는 오후 11시 같은 시간대의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는 12.2%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중이다. 또 월요일 심야 예능의 3사 경쟁을 주도중인 KBS 2TV 남희석의 '미녀들의 수다'는 13.1%로 '야심만만2'를 큰 스코어 차로 눌렀다.
지난 2003년 첫 방송돼 개성있는 토크쇼로 인기를 모았던 '야심만만'은 올해 1월 막을 내린 뒤 6개월 만에 두번째 시즌 ‘예능선수촌’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시즌 1 보다 업그레이드 된 출연진으로 시즌 2를 시작했지만 개성 강한 MC들이 너무 많다보니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강호동의 카리스마도 '야심만만2'의 자존심 센 집단 MC 체제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다. 토크쇼와 집단 MC라는 양날의 칼을 쥔 '야심만만2'가 어떤 해법을 찾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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