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구단들은 이미 한국 선수 8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옥석을 가리고 있는 상태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가 한국 선수들의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J리그발 광풍'이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의 J리그 진출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되는 것은 과거와 달리 그 정도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탄식을 토했고 축구계의 원로는 "한국축구가 일본리그용 선수 육성 무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만한 것이 최근 각 팀의 주축 미드필더 및 수비수를 놓고 일본 J리그 각 구단의 러브콜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선수들은 대부분 소속팀과 재계약에 앞서 일본 구단의 제안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황선홍이나 홍명보, 유상철 등 극소수의 국가대표, 최근 유망주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일본의 스카우트 관행과는 그 흐름이 분명히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차기 시즌부터 일본프로축구가 도입을 결정한 아시아쿼터제의 시행.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소속된 국가의 선수라면 최대 1명까지 국내 선수로 간주한다는 이 제도는 J리그가 한국 선수들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결정한 J리그는 2009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시아쿼터제의 시행을 이끌어내는 발 빠른 행보도 보이고 있다. 안정환, 조재진 등의 성공을 경험했던 일본 구단들로서는 한국 선수의 영입을 사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일본 구단은 한국 선수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기에 충분히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적응에도 어려움이 적어 더욱 선호하고 있다. 더불어 유럽 및 남미 출신 선수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해 일본 진출을 꺼리던 한국 선수들이 아시아쿼터제의 영향으로 큰 부담을 던 것도 최근 광풍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환율 폭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의 입맛을 맞춰줄 수 있다는 것도 J리그가 한국 선수들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의 일본 진출을 알아보느라 분주한 한 에이전트는 "우리도 최근 일본 진출 분위기가 지나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일본행을 원하는데 어쩌겠는가. 선수의 바람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stylelomo@osen.co.kr 조재진의 일본 시미즈 S-펄스 시절 경기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