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야구 70년생들의 스산한 겨울
OSEN 기자
발행 2008.11.26 10: 51

예년에 비해 온화해진 겨울 날씨지만 이들에게는 선선한 바람도 서슬 퍼런 칼바람과 같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1970년생 스타 플레이어라는 공통점을 지닌 '왕년의 야구 스타' 이종범(38. KIA), 안경현(38. 전 두산), 이시이 다쿠로(38. 히로시마)에게 2008시즌 세밑은 너무나 스산하다. 전성 시절 탁월한 기량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모두 은퇴 위기에 놓이며 야구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종범은 통산 13시즌(일본에서의 3시즌 제외) 동안 3할2리 181홈런 637타점 494도루를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다. 전성 시절 '야구 천재'라는 애칭으로 팬들에 익숙했던 이종범은 올시즌 110경기에 출장해 2할8푼4리 1홈런 38타점 9도루를 기록하며 나이 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종범은 해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타이거즈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2001시즌 도중 KIA가 해태를 인수할 당시 KIA는 '특급 신인' 김진우(25. KIA 임의탈퇴)를 계약금 7억원을 주고 미리 계약하는 동시에 삼성으로 떠났던 잠수함 이강철(42. 현 KIA 투수코치)과 주니치서 자리를 잃은 이종범을 복귀시키는 데 주력하며 스타 잡기에 힘을 기울였다. 이종범은 타이거즈 팬들에게 '스타' 그 이상의 존재였다. 그러나 KIA 측은 지금이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최적기라고 판단, 이종범에게 은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범은 그에 대해 "갑자기 은퇴설이 나와서 아쉽다. 일단 구단과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다. 솔직하게 심정을 밝히자면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은게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라며 선수 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5일 두산은 안경현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미 시즌 전 "안경현을 전력 외로 분류하겠다"라고 밝힌 김경문 감독의 발언 이후 안경현은 주로 벤치와 2군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안경현의 올시즌 1군 성적은 2할5푼7리 1홈런 12타점으로 2군 성적은 2할4푼7리에 홈런 없이 8타점에 그쳤다. 17시즌 통산 2할7푼5리 119홈런 715타점을 기록한 안경현은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기록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타자다. 지난 2000년 LG와의 플레이오프 6차전서 안경현은 3-4로 뒤지고 있던 9회초 2사에 좌중월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듬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서는 6경기 동안 3할6푼(25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드라마와도 같던 팀 우승에 한 몫을 했다. 타이론 우즈(39)-김동주(32)-심정수(33. 삼성)이 구축한 '우-동-수 트리오'의 화력이 눈부셨지만 그 뒤를 받쳤던 안경현-홍성흔(31)-홍원기(35. 현 히어로즈 코치)로 이뤄진 '안-성-기 트리오'의 방망이 또한 매서웠다. 특히 안경현은 선수 생활의 위기서 빛을 발하며 스타 플레이어로 우뚝 서며 베어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데뷔 초반 여러 경쟁자들에 밀리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안경현은 외국인 내야수 에드가 캐세레스가 입단한 이후 부쩍 힘을 내며 팀의 주축 선수로 우뚝 섰던 인물이기에 그의 방출 소식을 접한 베어스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짙게 번지고 있다. 90년대 호타 준족의 유격수로 명성을 날렸던 이시이는 정든 요코하마 유니폼을 벗고 히로시마의 빨간 헬멧을 쓰게 되었다. 골든글러브 4회, 5번의 베스트 9, 도루왕 타이틀 4차례에 최다안타 2회를 기록하며 1998시즌 요코하마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명 유격수 이시이는 올시즌 2할6푼2리 2홈런 18타점의 성적을 올린 뒤 요코하마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함께 요코하마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외야수 스즈키 다카노리(36)는 자유계약 방출 통보 후 2군 코치로 부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모색했으나 이시이는 선수 생활의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히로시마로 발걸음을 옮겼다. 히로시마는 히가시데 아키히로(28)-소요기 에이신(28)이 확실하게 키스톤 콤비를 구축한 팀이라 이시이에게 다음 시즌 선발 출장 기회가 자주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시이는 선수 생활 지속을 위해 히로시마를 선수 생활의 종착역으로 택했다. 한때 요코하마의 심장과도 같던 스타 플레이어 이시이의 뒷모습은 요코하마 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 명의 1970년생 스타 플레이어. 어느새 선수 생활의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은 한,일 야구팬들을 감상에 젖게 하는 동시에 그를 사랑했던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이종범-안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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