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강한 마무리라는 인상을 심어놓겠다". 9회 1사 만루 위기를 병살로 처리하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으로 떠오른 국가대표 마무리 정대현(30). 최고의 클로저로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정대현이지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부상이 잦은 마무리'라는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달리 하얀 피부색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올해 유독 아프다는 기사가 많았다. 이 때문인지 얼마전에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를 마친 후 귀국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정밀 진단까지 받았다. 지난 25일 인천 문학구장에 차려진 마무리 캠프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하던 정대현은 불쑥 "아픈데 없어요"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자신이 수술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고 가족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정대현은 "지난 19일 오후에 입국했다. 일본에서 자기공명촬영(MRI),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했지만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전한 뒤 "시즌 내내 통증이 있었던 오른 팔꿈치는 같은 나이대의 일본선수와 비교해 오히려 더 좋다는 '감정'을 받았다. 허리는 약간 아프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무릎은 밸런스 때문에 오른쪽과 왼쪽이 번갈아 가며 아팠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수술은 안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에 정대현은 "그동안 (김성근) 감독님께서 나를 좀 많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 나 역시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즉각 의사를 표시했다. 이런 일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자주 아프다고 알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지난해 SK의 풀타임 주전 마무리로 활약하며 60경기(78⅓이닝)에서 나가 27세이브(3승 2패 3홀드)에 0.92라는 경이적인 0점대 방어율로 철벽을 자랑했다. 그러나 올해 정대현은 49경기에서 60⅔이닝을 소화했고 20세이브(4승 3패) 2.67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7번의 블론은 지난해 4번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는 프로 데뷔 첫 해인 2001년(1.74) 이후 가장 높은 1.20으로 치솟았다. 더구나 아시아시리즈 대만 퉁이전에서는 뼈아픈 3점포를 허용했다. 평소와 다르게 "좀 아팠다"며 가슴에 손을 대는 모습에서 그 충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정대현은 "지난해 나름대로 잘 던졌지만 볼넷(24개)이 많았다. 투구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마무리로서 볼넷이 많다는 것이 불만이었다"며 "그래서 올해는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나가려고 했다. 결국 그것이 좋지 않았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 오히려 나쁘게 작용했다. 또 동계 훈련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꼈다. 베이징올림픽 대표로 예선과 본선을 뛰며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 피곤했다. 하지만 그보다 지난해 아프다는 핑계로 스스로 다그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올해는 일찍 몸을 만들어서 시즌에 대비할 생각이다. 정대현은 "사실 올림픽 같은 단기전에 나가면 오히려 편하다. 몸을 경기에 맞추기 때문에 컨디션 유지가 쉽다. 하지만 시즌은 전체를 놓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계 훈련을 소홀히 한 점이 후회됐다. 이번에는 훈련을 좀더 강하게 해 내년 시즌에는 강한 마무리로서의 이미지를 심겠다"고 강조했다. 팔꿈치나 허리는 어쩔 수 없지만 아프다는 핑계로 동계훈련을 소홀히 한 것이 시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결국 무릎 통증으로 연결된 것이다. 구질 개발에도 신경 쓸 생각이다. 상대 타자에게 주무기인 싱커가 읽히면서 쉽게 승부하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머리는 계속 복잡했다. 싱커의 떨어지는 각을 눈치 챈 타자들이 한발 앞으로 나와 치기 시작할 때는 좀더 코너워크에 신경을 써야 했다. 정대현은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곳에서 피칭을 하고 싶다. 그러나 오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정한 비활동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은 조바심이 난다. 몸에 부상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재활과 훈련을 꾸준히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대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 대해서는 일단 자신의 몸을 지켜보기로 했다. "WBC는 불러줘야 갈 수 있다"면서도 "마음은 나가고 싶지만 현재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 때까지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올지도 걱정"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