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김재박 LG 감독의 폭로로 파문이 일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 간 '사인 거래'가 '흘러간 얘기'가 아닌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승패가 기운 뒤 포수가 인심쓰기 차원에서 알려주는 가벼운 사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올 시즌 모 구단의 포수가 다른 팀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주다 적발돼 자체적으로 출전정지를 당한 적이 있으며, 또 다른 구단의 모 포수도 같은 이유로 코칭스태프에게 심한 질책을 받았다. 모 선수는 이와 비슷한 불미스런 일로 포수 마스크를 벗은 사연도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모 선수의 방출이유가 '사인 거래' 때문이란 사실은 야구계에 널리 퍼져있으며, 모 구단의 코치가 현역시절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을 앞두고 다른 팀 포수로부터 집중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잘 알려져 있다. 야구계의 '사인 알려주기'는 선수 개인 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축구의 승부조작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스포츠의 생명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한다는 면에서 크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구규약상 분명한 불법행위다. 특히 FA 계약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사인 주고받기'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FA계약 직전 해에 성적이 갑자기 뛴 경우는 한번 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불법행위는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팀 어느 선수가 하더라'식으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구단이나 당사자들의 부인으로 아무 일 없이 덮어져 왔다. 진상조사 중인 KBO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심판들과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를 조사한다고 해도 실체가 드러나기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진상 규명도 하지 못한 채 야구계의 도덕성에만 심한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KBO는 '사인 거래'가 공론화된 지난 26일 하루 종일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진상을 가려내 의혹 당사자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적발될 경우 '영구제명'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한다는 정도의 의견을 나눴을 뿐이다. 한편 야구계에선 KBO나 구단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 보다 이 같은 의혹을 폭로한 김재박 감독의 발설경위를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기회에 프로야구의 위신 추락을 무릅쓰고 암암리에 이뤄져오던 선수들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시즌 두산-히어로즈 경기 장면으로 이 기사와 관련이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