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한 기상학자가 만들어낸 나비 효과라는 이론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금융위기로 실현됐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나비의 날갯짓이라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이하 웨스트햄) 메인 스폰서의 파산이 태풍이라 할 수 있다. 웨스트햄의 위기는 지난 9월 중순 메인 스폰서였던 영국의 레저 그룹 XL의 파산으로 시작됐다. 750만 파운드(약 169억 원)에 달하는 돈을 단 번에 날리게 된 웨스트햄은 불황까지 겹치며 유니폼 스폰서 없이 경기를 뛰는 보기 힘든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웨스트햄은 영국의 법원으로부터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웨스트햄과 강등을 놓고 사투를 벌였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3500만 유로(약 661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당시 맹활약으로 웨스트햄을 구해낸 카를로스 테베스(24)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24)의 애매한 신분이 문제였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일단 상고를 하면서 시간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비요르골푸르 구드문드손(67) 웨스트햄 구단주 개인의 만만치 않은 자금력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슬란드 굴지의 은행인 랜즈방키 은행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정한 절망이 시작됐다. 바로 미국발 금융 위기로 아이슬란드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파산 위기에 처한 랜즈방키 은행의 국유화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드문드손 구단주의 돈줄이 막힌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의 고등 법원은 웨스트햄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는 웨스트햄이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당장 3500만 유로라는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인 스폰서가 파산하면서 예정된 수입도 확보하지 못한 웨스트햄이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거액의 지출이 가능할 리 없다. 결국 해결책은 웨스트햄의 매각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웨스트햄의 매각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8월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관심이 넘쳤지만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린 현재 매수자는 보이지 않는다. 구드문드손 구단주는 1억 5000만 파운드(약 3385억 원) 가량의 금액에 웨스트햄을 팔려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더 매력적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역시 금융위기로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리버풀이 있다. 매각만이 유일한 살 길로 거론되는 웨스트햄은 마지막 탈출구마저 조금씩 막혀가고 있는 셈이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