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배우 김석훈(36)이 1998년 SBS 사극 ‘홍길동’으로 데뷔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 그 동안 김석훈은 안방극장에서 가장 신뢰받고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드라마 속에서는 젠틀하고 깔끔하고 선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행복한 여자’ ‘한강수타령’ 등등). 하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개성 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났다(‘귀여워’ ‘마강호텔’).
이제 김석훈은 본격적인 캐릭터의 변신을 선보이며 ‘망가진(?) 연기’에 도전했다. 1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이다. 김석훈은 극중에서 비열한 건달 만득 역을 맡았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조선시대 최고의 주먹들이 기생 설지(김옥빈 분)를 두고 벌이는 코믹액션사극. 김석훈은 설지가 속해 있는 기방 명월향의 주인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와 주먹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한다.
‘행복한 여자’의 점잖은 이미지는 잠시 잊어주세요
김석훈의 변신은 꽤나 성공적이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화려한 액세서리로 치장을 했다. 또한 독특한 목소리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악역 캐릭터를 구축했다. “좀 더 악하게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며 “이상한 캐릭터가 강조된 것 같다(웃음). 본래 악한 것이 이 인물의 캐릭터인데 그것과는 다르게 해석을 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악한 면이 조금 떨어지지 않은가 싶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행복한 여자’를 본 분들은 영화를 보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변신도 해야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바꾼 것도 같다. 그 동안 저를 점잖은 이미지의 배우라고 생각한 분들은 ‘기방난동사건’의 저를 당황스럽게 볼까봐 걱정된다. 걱정 반 기대 반이다”고 털어놨다.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요
김석훈은 데뷔할 때부터 주인공이었다. 사극 ‘홍길동’을 시작으로 그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모두 그랬다. 하지만 ‘기방난동사건’에서는 엄밀한 의미에서 주조연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비중은 주연으로 나선 천둥 캐릭터의 이정재에 비해서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석훈의 연기는 비중을 가릴 틈도 없이 흡입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웃겼고 재미있었다.
“천둥의 캐릭터를 하라고 했으면 안했을 것이다”며 “그 동안은 다 주인공을 했다. 하지만 요즘 저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역을 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김석훈이 조연으로 가나’라는 것과는 좀 다르다. 캐릭터가 부각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만득은 이상한 놈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사실 주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성격의 변화가 크지 못하다”며 “저도 그런 역할들을 해봐서 성격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주연이 더 어렵다. 이정재는 굉장히 힘들어했고 한편 그래서 굉장히 열심히 했다. 이러다가 아카데미상 받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 열정적으로 열심히 했다. 만득의 캐릭터가 많이 어필하는 것은, 어떤 극이든 악역의 캐릭터는 더 부각이 많이 되는 성질의 역할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기존의 제 이미지를 깨려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좀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요
김석훈은 그 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 만득 역할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보려고 노력해 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그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 어떤 분들은 ‘이미지를 벗고자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모습 중에 하나를 꺼낸 것이다. 그 중 점잖고 선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다. 만득이처럼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어서 할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깨고 싶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은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좀 더 색깔이 짙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도전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내가 주인공을 하려고 연기를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아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자가 된 것 입니다
또한 “내가 주인공을 하려고 연기를 시작했느냐고 스스로 질문을 한다”며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것이지 주인공을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 하다 보니 주인공이 됐을 뿐이다. 주인공이 될 만한 그릇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렇게 됐다. 물론 주연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두 번째 역할이어도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연기적으로 더 즐거운 것 같고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만족한다”고 말했다.
‘홍길동’ 이후 배우의 삶을 산지 10년이 지났다. “배우의 인생에는 곡선이 항상 있다”며 “잘 될 때가 있으면 못 될 때가 있다. 못됐을 때 아쉽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작품이고 내가 최선을 다했고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 동안 영화가 잘 안 돼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쉬워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더 열심히 할 뿐이다”고 말했다.
“누가 너 이번에 개런티 10억 줄 테니 연기 하라고 한다면 ‘내가 왜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것에 휩쓸리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행복해야 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연기를 한다. 돈에 휘둘려 연기를 하지 않는다. 얼마를 줘도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다. ‘내가 연기를 왜 했느냐’고 생각하면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가끔 연극 무대에 오릅니다. 초심으로의 귀환인 것 같아요
초심에 대해서는 “늘 생각하는 부분이다”며 “가끔 연기할 때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정형화된 연기를 할 때는 너무 답답하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고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연기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희망도 주고 사랑도 주기 위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내가 지겹고 힘들 때는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 가끔 연극을 하는데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서 개런티가 10분의 1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초심으로의 귀환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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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