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순정만화'가 각종 예매율 차트 1위에 이어 27일 개봉 첫 날 10만명 관객동원으로 선두를 달리며 흥행 파란불을 받았다. 강풀의 베스트셀러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요즘 계절에 딱 어울리는 달콤한 멜로 분위기와 유지태 이연희 채정한 강인 등 딱 맞는 캐스팅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총 페이지뷰 6천만, 1일 평균 페이지뷰 2백만, 50만 리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인터넷 만화의 지평을 열었던 작품이다. 이같은 원작 만화의 경이로운 인기는 영화로 만들어 개봉했을 때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기존 만화 속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에 수많은 독자들이 푹 빠져있고 젖을데로 젖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자칫 독으로 작용할 원작의 인기를 보약으로 바꾸데 성공했다. 류장하 감독은 칸 없는 인터넷 만화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지 않고 맛깔스럽게 변주해 코믹함은 더 하고 불필요한 감동의 여운을 뺐다. 또 '순정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캐스팅에서 두드러졌다. 김연우 역 - 유지태, 한수영 역 - 이연희, 권하경 역 - 채정안, 강숙 역 - 강인 등 주인공 캐릭터 4명의 선택은 일찍부터 '캐스팅이 예술'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원작 만화와 영화 속 캐릭터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연우(유지태 분)는 조금 더 멋져지고 밝은 분위기다. 직업다 중견회사 직원에서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하경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연우를 이렇게 묘사한다. "서른 쫌 안 되어 보이고...어리버리하게 생긴 데다가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녀요. 무지 촌스런 색깔의 양복 입고, 표정이 약간은 맹해 보이고요..." 영화 속 연우는 맹하기보다 부드럽고 촌스럽기 보다는 순박하다. 늘 하경 앞에 기 죽고 얼어있으며 쩔쩔매는 만화 속 캐릭터를 벗어나 조금은 더 적극적이고 어른스럽다. 수영(이연희 분)은 "아이 X발 조땐네"를 거침없이 내뱉는 까칠 10대가 달콤삽싸름한 분위기의 여고생으로 변화했다. 만화 속 연우의 하경에 대한 묘사는 "이쁘게 생긴 얼굴에 솔직히 호감이 갑니다. 인상이 조금 사납게 보이긴 하지만..." 백만장자의 첫 사랑에 딱 어울리는 이연희는 사나운 인상을 얼굴에서 쏙 빼버렸다. 하경(채정안 분)은 영화 '순정만화' 주인공 네 명 가운데 원작과 가장 닮아 있다. 애절한 비련을 안고 살면서도 새로운 사랑의 끈을 놓을 듯 말 듯 고민하는 긴머리 매력녀의 모습이 잘 살아 있다. 강숙(강인 분)은 '캐릭터와 배우가 붕어빵'이라고 영화 스탭들이 소곤거릴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 연상연하의 나이차가 조금 줄어들었고 나이 콤플렉스를 벗기위해 시종일관 반말과 억지로 일관하는 만화 속 캐리턱에 비해 영화 속 강숙은 점잖고 성숙하다. 이번 '순정만화'를 두고 영화 흥행 3수에 도전하는 강풀은 직접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자신 있다'를 외쳤다는 후문이다. 유지태와 이연희, 채정안과 강인의 엇갈린 연상연하 커플이 펼치는 알콩달콩 사랑 연기가 올 연말, 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