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인터뷰] 유지현 코치, "이해가 없는 야구는 노동일 뿐"
OSEN 기자
발행 2008.11.30 08: 13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 그게 내 역할이다." 그가 다시 돌아왔다. 90년대 LG 트윈스가 자랑한 'X세대 3인방'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던 명 유격수 출신 유지현 코치가 2년 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LG에 1군 작전/주루 코치로 돌아왔다. 지난 25일까지 경남 진주에 위치한 연암공대서 마무리 훈련 지도에 여념이 없던 유지현 코치는 좀처럼 보기 힘든 훈련 방식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줄여나가는 데 힘을 기울였다. 특히 외야로 뻗어 나가는 단타에 2루 주자의 스타트점에 서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식은 다소 낯선 모습이었다. 직접 누상에 서서 주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세세히 설명한 이유를 묻자 유 코치는 "3루를 돌아서 홈으로 가는 최단 거리 주루를 위한 것이다. 직선 거리를 뛰는 것이 아니라 주자의 원심력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내가 2~3루 간에 서 있던 이유는 그 자리에서 스타트를 찍고 달려야 돌아나가는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의도적인 잰걸음을 주문하기보다 시작 위치를 점찍어 준 특별한 전략을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유 코치는 "훈련 시 선수에 대한 이해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끊임없는 반복 훈련 등을 통해 선수를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해없이 몸만 움직인다면 이는 야구가 아니라 노동일 뿐이다"라며 자신의 지도 철학을 밝혔다. 현역 시절 유 코치는 많은 내야수들이 어려워하는 정면 타구 처리면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유 코치 입단 이전 LG의 유격수로 활약했던 송구홍 수비코치는 "지금의 박진만(32. 삼성)도 그렇지만 유 코치 또한 정면으로 데굴데굴 굴러오는 정면 타구 처리를 잘했다. 바운드 수를 줄이는 동시에 타구를 빠르게 처리하며 타자주자를 아웃시켰다"라며 유 코치의 수비력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에 대해 묻자 유 코치는 "경기 상황에 얼마만큼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 투,타 대결서 포수의 사인과 상대 타자의 배트가 나오는 각도, 거기에 타자의 습성 등을 고려해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면 어느 정도 밑그림이 나온다. 미리 시프트를 잡아놓고 타구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꾀돌이'라는 현역 시절 별명과는 달리 선천적 감각만이 아닌 연습과 경기 경험이 바탕된 후천적 감각이 '명 수비'를 탄생시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1994년 이후 2년 간의 미국 유학(2007~2008년)을 제외하고 LG를 지켜 온 유 코치는 팀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나타냈다. "신인 3인방이라는 수식어 또한 LG가 인기 구단이었기에 생겨난 수식어였을 것"이라고 운을 뗀 유 코치는 "예전에는 2연패라도 하면 엄청나게 억울했다. 그러나 올시즌 LG 선수들은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패배에 익숙한 모습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승리의 참 맛'을 맛보기는 힘든 일이지만 그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LG 또한 쉽게 떨어지지 않는 팀이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망주들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유 코치는 "현역 시절 나는 1번 타자로 뛰었다. 따라서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전부터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날 경기를 복기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고 특히 첫 테이프를 끊는 타자였기 때문에 식사 조절을 포함해 계획성을 가지고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집중했던 것 같다. 유격수였기에 글러브에 대한 애정도 또한 높았다"라며 후배들이 야구에 대한 진지함을 갖길 바라고 있었다. 2년 간의 유학생활 중 시애틀 산하 싱글 A팀서 코치로 재직했던 유 코치는 "미국 본토 선수들이나 히스패닉 계열 선수들 모두 야구장에서는 엄청난 열의를 나타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선수들이지만 일단 프로 야구 무대에 뛰어 든 이후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야구에 투자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야구 시장이 큰 만큼 선수들간의 경쟁 구도 또한 치열했기에 야구에 대한 그들의 절실함은 더욱 컸다"라며 국내 선수들에게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꾀돌이' 유지현의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선수 생활 내내 야구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자랑했던 유 코치가 후배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며 '가을 야구'를 함께 할 수 있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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