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추억이 함께 한 LG의 '러브 페스티발'
OSEN 기자
발행 2008.11.30 16: 17

현재와 과거, 미래가 한데 모인 자리였다. LG 트윈스가 30일 잠실구장에서 펼친 '2008 러브 페스티발'은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5000명이 넘는 관중을 모으는 동시에 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오후 1시부터 팬 사인회와 프리에이전트(FA)로 LG에 입단한 이진영(28), 정성훈(28)의 인터뷰가 열렸고 에이스 봉중근(28)과 2루수 박경수(24)는 멋들어지고 흥겨운 노래로 팬들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 오후 3시부터 벌어진 1990년 팀과 1994년 팀의 대결은 팬들의 박수와 웃음 속에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시구자로 나선 성남중 1학년 박진태 군은 러브 페스티발 10명의 수혜자 중 한 명으로 직접 행사에 참여하며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꿋꿋이 야구에 전념하며 아마추어 야구 팬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박진태 군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잠수함 투구폼으로 98km의 속구를 던지며 잠재력을 보여준 동시에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박진태 군의 바통을 이어 받아 마운드에 오른 '왕년의 마무리' 김용수 코치는 최고 132km의 직구를 던지며 관중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2000년 은퇴 이후 후배 양성에 힘썼던 김 코치는 1회초 선두타자 유지현 코치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현역 시절 과감했던 경기 운영능력을 그대로 재현하는 동시에 5이닝 5피안타 2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또한 현역 시절 정확한 타격을 자랑한 윤덕규 코치는 1회말 선제점의 도화선이 된 우중간 3루타를 때려냈다. 2000시즌까지 칼날같은 제구력으로 LG 계투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차명석 코치는 1996시즌 이후 12년 만에 오른 선발 등판 기회가 낯설었던지 3루타 허용 후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 경기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김재박 감독의 활약 여부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불세출의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김재박 감독은 2회초 이동욱 코치의 땅볼 타구를 그대로 잡아내며 6-4-3으로 이어진 병살타로 연결했다. 4회 서도 서용빈 코치의 다소 빠른 땅볼 타구를 가볍게 잡아내며 1루로 송구, 아웃 처리했다. 다른 구장보다 딱딱한 잠실 내야를 밟고 보여준 김 감독의 수비는 역동적인 모습은 아니었으나 타구 예측을 정확히 해낸 뒤 백 핸드로 가볍게 잡아내며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2회말 1사 1,3루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병살타로 물러나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덕아웃서 김 감독은 "오랜만에 뛰려니 어색하네"라며 웃어 보였다. 코치 부임 이후 수많은 타자를 양성한 김용달 코치 또한 3회말 범타로 물러난 후 "아, 어려워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는 노익장을 과시한 1990년팀의 3-2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장년 팬들에게 옛 추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나이 어린 팬들 앞에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한 LG의 '러브 페스티발'은 단순한 이벤트를 뛰어넘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 화합의 장이었다. 이날 LG 구단 관계자는 "총 5020명의 관중이 잠실 구장을 찾았으며 수익금은 약 3000만원 가량이다. 수익금은 시구자로 나선 박진태군을 비롯한 10명의 중학 야구 유망주들에게 주어진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야구 유망주들을 위해 LG가 펼친 '러브 페스티발'은 많은 것을 보여 준 뜻깊은 행사였다. farinelli@osen.co.kr LG트윈스 '2008 러브 페스티벌' 1990년과 1994년 우승팀의 이벤트 경기가 3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졌다. 1990년팀 김재박 감독이 내야 땅볼을 치고 베이스로 달리고 있다./잠실=윤민호 기자ym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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