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심판은 특별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K리거들이 외국인 심판의 판정에 순한 양처럼 변했다. 축구는 거친 스포츠다. 그리고 그 무대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그 야성은 더욱 거세진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몸싸움을 전제로 펼쳐지는 축구에서 거친 수비는 필수다. 다만 거친 수비에 대한 심판의 판정에 수긍하는 자세가 아쉬울 뿐이다. 한 시즌을 시작하면 언제나 심판과 선수 사이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울산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플레이오프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 평소 심판의 판정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던 선수들은 순한 양처럼 심판의 조치를 따랐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후반 17분의 아디와 박동혁의 충돌.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나지도 못할 것처럼 굴던 아디는 독일인 주심의 명령에 벌떡 일어났다. 아디를 넘어뜨렸던 박동혁도 심판의 경고 조치에 항의는 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진영으로 뛰어갔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휘슬을 입에 물고 뛰던 심판의 눈이 파랗고 머릿결이 갈색으로 빛났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날 심판의 판정이 과연 국내 정상급 심판보다 뛰어났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저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랐을 따름이다. 프로축구연맹이 외국인 심판을 기용하면서 '현실론'을 내세웠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판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국내 심판이 판정을 맡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프로축구연맹은 외국인 심판의 기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이 결국 국내 심판들의 의지를 깎아먹는다는 점에서 프로축구연맹,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최강희 전북 감독이 울산과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후 "자질로 보면 우리 심판들도 외국인 심판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도자나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