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삼성에 재입단한 뒤 많은 사람들이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지난달 28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25, 외야수)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올 시즌 20홈런과 80타점을 달성하고 싶었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주고를 졸업한 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다부진 체격 조건(179cm 86kg)과 우투좌타 포수라는 이점을 가진 장래성 밝은 기대주였으나 타격에 비해 수비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2005년 구단에서 방출된 뒤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했다.
최형우는 경찰청 입대 후 외야수로 전향하며 성공의 꽃을 피웠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에서 타율 3할9푼1리 128안타 22홈런 76타점 72득점으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친정팀과 연봉 5000만 원에 재입단한 최형우는 올 시즌 삼성의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전 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6리(384타수 106안타) 19홈런 71타점 68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등극했다.
채태인(26), 박석민(23)과 더불어 삼성의 신(新) 해결사로 급부상한 최형우는 "밖에 나가면 알아봐 주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 식당에서 밥먹을 때 옆 테이블에서 사인을 요청하거나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적도 많다"고 환히 웃었다. 스타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기분 좋다. 내가 이름을 알렸다는 것보다 역시 야구를 잘 해야 인정받는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웃으며 "올 시즌 초반 대타로 나설 때부터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해준 팬이 있는데 잊을 수 없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형우의 좌우명은 '웃으
으며 살자'. 그는 "스무 살 때부터 힘들 때마다 '웃으며 살자'고 주문을 외웠다. 지금은 웃을 일이 많아 졌지만 예전에는 힘들어도 일부러 웃으려고 노력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야구할지 모르겠지만 은퇴하는 그날까지 수비 연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비는 노력하면 실력이 늘어난다"고 힘줘 말했다.
수비력 향상을 위한 최형우의 애뜻한 마음은 온라인 야구 게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내가 우리 팀에 4번 우익수였는데 방망이는 잘 치지만 수비가 너무 안 되더라. 그래서 1번 중견수로 바꿨는데 이제는 발도 빨라지고 수비 능력도 향상됐다"고 넉살 좋게 웃었다.
최형우는 내년 시즌 상대 팀의 심한 견제에 대해 "나의 단점을 파고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나도 놀고 있는 건 아니니까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시즌 중 슬럼프에 빠지면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허삼영 대리를 비롯한 구단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겨우내 선구안 향상과 체중 조절을 목표로 내걸었다. "선구안이 많이 떨어져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구안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삼진도 줄어들지 않을까". 현재 6kg 가량 줄이는 데 성공한 최형우는 체중 감량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
최형우는 내년 시즌 목표를 묻자 "팀 우승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한 뒤 "내가 절대로 주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전 자리를 확보한다면 타율 3할 30홈런 90타점을 기록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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