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에서 '미인도'까지, 충무로 성인물의 계보
OSEN 기자
발행 2008.12.01 07: 50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1982년 그 해 겨울은 뜨거웠다.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이 전국의 극장가를 달군 덕분에. 당시 최고의 글래머 배우였던 안소영이 몸매가 훤히 비치는 드레스 차림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포스터에 반한 남성 관객들은 앞다퉈 표를 끊었다. 영화 심의가 아직 군부 체질이던 그 시절, '애마부인'의 등장은 충무로 에로티시즘의 새로운 도전으로 지목됐다. 대입이 막 끝나는 시점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막 성년이 된 까까머리 수험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흥행 대성공을 거뒀고, 이후 '애마부인' 시리즈는 물론 각종 'OO부인'의 붐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애마부인'의 등장 현대판 '애마부인'에 이어 토속적인 충무로 에로티시즘은 1985년 이두용 감독의 '뽕'으로 빛을 발했다. 톱스타 이미숙이 육감적인 나신을 선보인 이 영화는 '뽕 따러 가세'란 유행어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 액션의 대명사였던 이대근은 '뽕'에 출연하면서 새롭게 에로에 강한 배우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입, 스포츠서울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변금련'은 코믹 에로의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엄종선 감독, 강리나 김희라 엄용수 배수천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수많은 아류작을 불렀고 고전 해학을 성으로 풀어내 뭇 남성의 춘심을 자극했다. 충무로 에로티시즘의 쇠퇴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게 아이러니다. 숱한 야동과 음란물이 별다른 제재없이 인터넷을 넘나들면서 더이상 극장가 미성년자 관람불가에 성인들의 발걸음과 청소년의 호기심이 동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토속 에로영화 충무로를 휩쓸다 그렇다면 2000년대 충무로의 에로 코드는 무엇일까. 적당한 멜로와 탄탄한 스토리, 무엇보다 미모에 요염함을 고루 갖춘 여배우의 캐스팅을 전제로 하는 성인물이다. 볼혹을 넘어선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미숙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에서 조씨 부인 역으로 첫 사극 도전의 배용준을 상대해 '뽕'의 매력을 이어갔다. 감추는 게 더 섹시하다는 한 속옷회사의 광고 카피마냥 '스캔들' 속의 그녀는 한복자락에 꽁꽁 숨겨놓은 신비함으로 농익은 여체를 자랑했다. 근 20년 가까이 대한민국 글래머 스타를 거론할 때마다 꼭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김혜수, 영화 '타짜'에서 물오른 나신을 드러내며 전국 700만 관객 동원의 일익을 담당했다. 최근 TV로 옮겨진 드라마 '타짜'에서는 강성연이 김혜수의 정마담 역을 이어받아 만만찮은 내공을 자랑했다. 강성연은 이준익 감독의 1000만 관객 사극 ‘왕의 남자’(2005)에서 천하의 요부 장녹수로 그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또 김민정은 한석규 이범수와의 ‘음란서생’(2006)에서 정빈 역으로 마성을 드러냈다. 극중에서 타고난 미모와 고혹적 눈빛으로 사내를 홀리고 그들의 몸과 마음까지 사로잡는 요부 역으로 열연을 펼친 그녀들. 올 겨울에는 김민선과 추자현이 팩션 사극 '미인도'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한결 업그레이드된 에로티시즘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사전심의 폐지의 파장은 '미인도'의 남장여자 신윤복 역에 배우 인생을 걸었다는 김민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베드신과 전신 노출을 서슴지 않는 연기 열정을 과시했다. 누아르 '사생결단'에서 마약에 빠진 젊은 여성의 비참한 인생 행로를 연기했던 추자현도 기녀 설화로 변신, 충무로 요부 계보의 한 자리를 꿰찼다. 특히 전윤수 감독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양반가의 음란한 성문화와 사창가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관객들의 감탄사를 유도하고 있다. 신윤복의 사랑을 둘러싼 최루성 멜로 라인도 훌륭하지만 이를 둘러싼 에로티시즘 표현도 과거와 획을 달리한다는 평가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앞으로 영화등급 사전 심의는 사라지게 되고 에로티시즘의 수위는 한 계단 더 올라설 것이란 게 영화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