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LG, 그들이 보여준 '용기'
OSEN 기자
발행 2008.12.01 08: 13

"얼마나 망설였는데요. 게다가 올시즌에 최하위를 했으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야구에 열중하는 유망주들을 위해 지난 11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LG 트윈스의 '2008 러브 페스티발'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잠실구장을 찾은 약 5020명의 팬들은 코칭스태프들의 이벤트 경기 및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LG가 펼친 '러브 페스티발'은 사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포스트 시즌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닌, 올시즌 최하위팀이 벌인 이벤트였기에 '야구'라는 '한 우물만 파길' 바라는 한국 야구계서는 특이한 일이었다. LG 구단의 한 관계자는 "사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에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올시즌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아니고 팬들로부터 성적으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기에 이벤트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선수단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이벤트서는 좌완 에이스 봉중근(28)과 내야수 박경수(24), 투수 우규민(24), 심수창(28)이 마이크를 잡으며 노래를 선보였다. 팬들의 앵콜 요청에 선뜻 두 번째 곡과 춤을 선보인 그들이었으나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팀 성적도 그렇고 선배들이 계시는 데 '내가 이렇게 나서도 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봉중근의 경우 전날 10곡도 넘게 연습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썼고 익살스런 춤을 보여 준 박경수 또한 엄청나게 주저한 끝에 무대에 선 것이다. 우규민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노래를 부른 것은 굉장히 민망했기 때문"이라며 선수들이 쉽게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님을 털어놓았다. 코칭스태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역서 은퇴한 지 16년이 지난 김재박 감독 또한 직접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는 동시에 수비에 나선다는 데 주저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해졌다. 3회 공격 도중 덕아웃서 만난 김 감독은 "날씨가 싸늘한데도 팬들께서 많이 오셨다"라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이벤트가 열리기 전 LG 선수단은 경남 진주서 식사 시간 외에는 자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강도의 마무리 훈련을 치렀다.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선수들 또한 잠실 구장 등을 찾아 개인 훈련에 몰두했으며 이재영(29)-심수창-우규민은 주니치 캠프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다.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 후 곧바로 훈련에 열중했던 그들은 좋은 취지 아래 한데 뭉쳐 잠실을 찾은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정말 많은 팬들께서 찾아주셔서 많이 놀랐다. 내년에는 꼭 좋은 성적을 거둬 팬들의 큰 사랑에 꼭 보답하겠다"라고 밝혔다. 쉽게 나서기 어려운 자리였음에도 팬들과 야구 유망주들을 위해 이벤트에 참여한 LG 선수단이 다음 시즌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함박 웃음을 자아낼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봉중근./윤민호 기자ym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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