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포기' 클락, 짧지만 강렬했던 2008시즌
OSEN 기자
발행 2008.12.01 13: 35

"공격력이 클락보다 우수하다". 한화가 '슈퍼맨' 덕 클락(32)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한화는 1일 2008시즌을 함께 한 클락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빅터 디아즈(27)와 계약금 6만 달러, 연봉 24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화 측은 "디아즈의 공격력이 클락보다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클락은 다른 구단이 영입하지 않는 한 사실상 한국프로야구와의 인연을 2008시즌 한 시즌으로 끝마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좌완 마무리 투수 토마스와 함께 한화 선수들과 돈독한 유대감을 내보일 정도로 빠른 적응을 보여준 클락은 비록 한 시즌이었지만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클락은 올 한해 한화를 웃기고 울렸다. 2할4푼6리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22개의 홈런(4위)과 25도루(9위)로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또 98득점을 올린 이종욱(두산)에 이어 이 부문 2위(96득점)에 올랐고 타점에서도 8위로 거의 모든 타격 부문에서 톱10에 진입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들어 극명하게 떨어진 클락의 타격감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클락의 후반기 슬럼프는 공격과 주루에서 큰 공백을 초래, 한화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전반기 클락은 한화의 구세주였다. 클락은 개막 5연패로 당황하던 한화에 시즌 첫 승을 안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3회 선제 타점을 올린 데 이어 1-1로 팽팽하던 8회에는 결승 스리런 홈런포를 날렸다. 전반기는 '클락의 한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를 계기로 정상 궤도에 진입한 한화는 균형을 유지하며 4월을 15승 13패로 마칠 수 있었다. 4월까지 3할1푼8리에 8홈런 8도루 20타점으로 복덩이 소리를 들은 클락은 이후 계속 승승장구, '성공한 한국형 용병'으로 인기가 높았다. 적어도 6월 27일 문학 SK전까지는 그랬다. 3할1푼2리의 타율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가 9할9푼2리에 달했다. 그러나 8회 경기 도중 SK 1루수 박정권과 충돌한 뒤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박정권은 '좌측 경골(정강이뼈) 골절' 판정을 받아 시즌을 접었다. 클락 자신은 왼쪽 허벅지와 정강이를 심하게 부딪혔지만 심하지 않았다. 클락은 박정권에게 꽃을 보내 위로하는 등 예기치 못한 불상사에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클락의 타율은 이후 곤두박질쳤다. 7월 5일 SK전에서 2할대로 떨어지는 등 7월 한달 타율이 1할대(.156)에 그쳤고 8할 6경기에서는 4푼2리라는 최악을 보였다. 그나마 시즌 막판 부활을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이미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은 실패로 돌아간 뒤였다. 베이징올림픽 휴식기 전까지 여유있게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낼 것처럼 보였던 한화는 믿을 수 없는 부진 끝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무엇보다 활기와 화이팅이 넘쳐 흐르던 클락은 주위의 시선을 피해 덕아웃 뒤에 혼자 빵을 씹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못말리는 허슬플레이를 선보이며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던 초반의 클락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클락의 시즌 막판 활약에 갈등했다. 마지막 6경기에서 7득점 11타점 3홈런에 4할의 타율을 기록하며 부활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다른 타자를 알아보라고 했지만 시즌 전반기 활약만 보면 그 만한 수준급 외야(중견수) 수비와 타격을 가진 선수가 있을리 만무했다. 게다가 올해 실패 경험을 바탕삼아 내년 시즌 실패를 줄인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화는 최근까지 클락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디아즈를 낙점했다. 클락은 현재 멕시코 윈터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23경기에서 3홈런 9타점 2할5푼6리의 타율을 올렸고 OPS가 7할5푼1리이며 18개의 볼넷과 12개의 삼진, 4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2004년 이후 4할대를 꾸준히 웃돌던 장타율이 3할대(.390)로 하락했다. 반면 디아즈의 공격력이 클락보다 우수하다는 내부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디아즈는 올해 마이너리그 129경기에서 2할8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137개의 안타를 때렸고 25홈런을 쏘아올렸다. 도루도 9개를 기록해 느린 편은 아니다. 단 볼넷(61개)에 비해 삼진(168개)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장타율이 5할2푼에 달하며 OPS가 8할8푼6리로 확실한 만큼 클락보다는 방망이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클락은 한화와의 인연이 끊어지며 사실상 내년 시즌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구단 팬들이 앞다퉈 영입을 주장할 만큼 클락의 활약은 짧지만 강렬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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