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KIA 젊은 소방수 한기주(21)가 1일 발표된 내년 3월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명단 45명에서 제외됐다.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 부진를 씻을 수 있는 설욕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한기주에게는 서운한 소식이었다.
한기주는 베이징올림픽 출전선수 24명 가운데 이번에 빠진 3명에 포함됐다. 한화 유격수 김민재, 삼성 좌완투수 권혁과 함께였다. 김민재는 나이, 권혁은 어깨문제 때문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기주의 제외 이유는 예상대로 베이징올림픽에 부진한 모습이었다.
한기주는 선발과정에서 논의 대상이 됐지만 제외됐다. 한 선발위원이 전한 전체적인 평가에 따르면 "힘좋은 외국선수들을 상대해야 되고 정교한 일본타자들을 맞아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전체적인 여론이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소방수로 낙점받은 한기주는 미국전, 일본전, 대만전 3경기에 등판했으나 모두 실점했다. 2⅓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5자책) 2사사구 방어율 19.29로 부진했다. 준결승과 결승전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구속은 높았지만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이 국제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다소 의기소침했지만 KIA에 복귀한 뒤 소방수로 건재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해 12월 대만 예선대회에서는 일본전에서 호투를 펼쳤고 일시적인 부진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따라서 내년 WBC 대회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예비명단에서 빠지면서 기회는 원천 봉쇄됐다. 앞으로 대표팀은 45명의 예비명단에서 최종멤버를 뽑는다. 특히 원칙적으로 최종멤버에서 결원이 생기더라도 예비명단에서만 보충할 수 있다. 한기주가 새롭게 추가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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