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를 할 수 있어야 야구를 오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의 눈웃음' 이재원(20, SK)이 내년 시즌 전력에서 한동안 제외된다. 이재원은 시즌 내내 경기와 훈련으로 이어진 강행군 속에서도 항상 활짝 웃는 웃음을 보여 SK 덕아웃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든든한 체격조건 속에서 뿜어내는 타격은 무서울 정도로 폭발적이지만 활짝 웃을 때는 반달모양의 눈웃음에서 소년의 풋풋함이 느껴질 정도다. 이재원은 오는 10일 일본으로 건너가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 입원, 11일 오른쪽 팔꿈치 수술에 나선다. '내측 측부 인대재건술'이라는 명칭의 이 수술은 선수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활을 거쳐 완전히 회복하는데 최소 7개월, 많게는 9개월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 내년 시즌 상반기까지 볼 수 없다. 그만큼 혹독한 인고의 재활 시간을 담보로 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재원이지만 "2보 전진을 위해서는 1보 후퇴"라며 담담하게 수술을 받아들였다. 고교 때 손가락 골절을 당하긴 했지만 수술은 처음이다. 이재원은 지난 2006년 SK에 류현진(한화)을 제치고 1차지명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계약금 2억 5000만 원의 계약이었다. 타고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고교 1학년 때부터 주전포수로 활약, 박경완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많은 경기에 나서다보니 팔꿈치에 무리가 왔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통증은 여전했다. 뼛조각이 돌아다녔지만 꾹 참고 경기에 나섰다. 팀에서도 수술 대신 재활을 권유했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뼛조각이 인대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루키시절이던 2006년 23경기에 불과하던 이재원의 경기 출장 기회는 작년 66경기를 거쳐 올해는 82경기로 늘어났다. 주로 좌완투수를 상대로 나왔지만 우완투수를 상대하는 회수도 점점 늘었다. 타수는 적지만 3년 통산 3할2푼1리의 타율이 말해주듯 맞추는 재주는 분명 탁월했다. 올해 이재원은 김성근 감독이 믿고 내보내는 왼손 투수 공략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났다. 특히 일본 세이부와의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좌완 선발 호아시 가즈유키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터뜨려 국제적인 파워를 과시했다. 그만큼 이재원의 타격감은 매년 하향세 없이 상승곡선을 타는 중이었다. 이름도 제법 알려졌다. 당연히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결심을 한 만큼 아쉬움 같은 것은 없다"고 입을 연 이재원은 "솔직히 말해서 경기 중 타석에 들어서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비를 못하는 반쪽자리 선수였기 때문이다. 경기를 뛰면서도 항상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면서 "수비도 하면서 제대로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쪽자리 선수는 싫었다. 마침 코치님들의 생각과도 맞아 수술을 결심했다. 무엇보다 그래야 야구를 오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술을 앞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유망주 포수' 출신으로 부상 때문에 다른 포지션을 전전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있었다. 이재원은 "수술 후 일본에서 1주일 정도 혼자 입원해야 할 것 같다"며 다가올 외로움에 걱정하면서도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은 5개월 정도면 되고 방망이를 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약간 더 일찍 가능하다"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방망이는 언제든 자신있으니까 걱정이 없다"는 이재원은 "감독님께서 '빠른 시일 내에 몸을 만들어 최단기간 내로 올라오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오히려 벌써부터 굳은 재활의지를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