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네요. 몸은 피곤하지만 잘 나갈때 해야지 언제 하겠나요." '젊은 안방마님' 강민호(23, 롯데)는 시즌이 끝난 뒤 구단 공식 행사 뿐만 아니라 운봉초등학교 명사 특강(11월 18일), 푸켓 팬투어(11월 27~30일), 부산대학교 특강(12월 2일) 등 잇딴 행사와 방송 출연 요청 속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 그는 부산대 특강을 앞두고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300여 명의 학생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뒤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처음에는 진짜 긴장되더라. 그러나 막상 하니까 할 만 했다.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 하니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잇딴 행사 참가 속에서도 자기 관리는 지독할 만큼 철저하다. 강민호는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선수협회 정기총회가 끝난 뒤 부산으로 이동, 집근처 휘트니스 센터에서 밤 11시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11월에 훈련을 제대로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내게 잊을 수 없는 2008년 강민호는 2008년을 잊을 수 없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만남을 비롯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 데뷔 첫 포스트시즌 진출 등 행복한 추억만이 가득했다. 올림픽 예선에서 연거푸 대표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강민호는 올 시즌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 메이저리그 출신 사령탑 로이스터 감독은 강민호의 무한질주를 위한 기폭제. 진갑용(34, 삼성)과 함께 올림픽 본선 엔트리에 발탁된 강민호는 대표팀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거인 군단의 든든한 안방마님으로 활약하며 8년만에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꿈같은 날도 보냈고 팀도 4강에 진출해 너무 행복했지만 시즌이 끝나고 나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단계" 올 시즌 타율 2할9푼2리 127안타 19홈런 82타점 51득점 2도루로 불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투수 리드 등 포수 수비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 강민호는 "수비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 경기 후 고참 투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룸메이트 손민한(33) 선배가 경기 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며 "내가 부족한 것보다 아직 나는 배우는 단계이다. 다른 선배들보다 경기에 뛴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선배들의 나이가 되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문연 배터리 코치는 강민호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을 가한다. "단 한 번도 경기 중 한 코치님의 사인을 받지 않았다. 한 코치님은 '내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마치 어미사자가 새끼사자를 위한 절벽 굴리기나 다름없었다. 강민호는 "이번 해외 전훈에서 수비 훈련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방망이는 둘째치고 수비가 돼야 경기에 뛸 수 있지 않냐"고 각오를 내비쳤다. 홍성흔-강민호 '환상 콤비' 탄생 예고 강민호는 '오버맨' 홍성흔(31)의 가세에 대해 "아직 (홍)성흔 선배님과 전화 통화 못했다. 이제 팀컬러를 살릴 수 있는 선배가 와서 너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한 홍성흔은 롯데와 연봉 2억 7900만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홍성흔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민호는 인사성이 밝고 운동장에서 친하고 지낸다"고 밝힌 바 있다. 넉살 좋기로 소문난 홍성흔의 가세로 롯데 덕아웃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질 전망. 강민호는 "왠지 모르게 홍성흔 선배랑 완전 잘 맞을 것 같다"며 환상 콤비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정수근(31) 선배와 홍성흔 선배가 합치면 완전 최고"라고 추켜 세우며 흥분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자율 야구 속에 강민호, 홍성흔의 넉살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면 사직 노래방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를듯. 포수 마스크 쓰면 선후배 없다(?) 포수는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의 교란을 위해 짓궂은 농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린 편에 속하는 강민호도 예외없다. 그는 "친한 선수들만 짓궂은 농담을 던진다. 그러나 선배들이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삼촌 뻘되는 양준혁(39, 삼성)이 타석에 들어서면 "나왔네 나왔어, 삼성의 양신 나왔어"라고 농담을 던진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강민호를 한 대 툭 치는 선배를 위한 복수인 셈. 그는 심판을 향해 "경기 중 선수 때리는데 퇴장 줘야 하지 않냐"고 항변(?)하지만 심판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삼촌이 때리면 맞아". 특히 절친한 친구나 후배가 타석에 등장하면 그의 짓궂은 농담은 절정에 이른다. 강민호는 "(박)석민이가 나오면 나한테 꼼짝 못한다. 계속 약올린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는 흔들렸는데 언제부턴가 신경도 안 쓰더라.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야 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팀이 이기면 나도 웃는다 강민호는 내년 시즌 목표를 묻자 "내년에도 올 시즌 전 마음가짐과 똑같이 해볼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팀이 이기면 개인 성적은 자연스레 좋아진다"는게 강민호의 생각. 올 시즌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패 당했지만 8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한 아쉬움을 만회할 태세. "올해 반짝하고 내년에 식어버리는 팀이 아닌 좋은 선수도 보강했으니 삼성처럼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싶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대표팀의 짜릿함을 만끽한 강민호는 내년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선발된다면 반드시 참가할 계획. 그는 "(최종 엔트리에) 뽑아주신다면 가서 완전 잘 해야지"라고 투지를 드러냈다. 뛰어난 성적과 더불어 넉살 좋은 성격 덕분에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가 아닌 '대한민국의 강민호'로 성장할 날이 머지 않는 듯 했다. what@osen.co.kr [디지털무가지 OSEN 펀&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