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팀의 믹스드존(Mixed Zone) 설치는 의무다. 그런데 믹스드존 인터뷰는 의무가 아니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이라는 공간이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 한국 축구에 생겨난 믹스드존은 이날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 외에도 모든 선수들이 언론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하고 어쩌면 유일한 공간이다. 그리고 국제화를 표방하는 프로축구연맹의 통제 하에 비교적 잘 구축한 제도이기도 하다. 물론 모두가 이 제도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구단이 경기가 끝난 후 혼잡한 취재의 교통정리에 나쁘지 않은 이 제도를 장려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나머지 약식으로 믹스드존을 운영하는 팀들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믹스드존 운영에서도 구단마다 어떤 트렌드 혹은 방침이 있다는 점. 지난 3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홈팀인 FC 서울의 경우 믹스드존 설치 및 운영에는 적극적이나 소속팀 선수들에 대한 인터뷰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날 경기와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팀이 가려진다는 점에서 팬들은 무승부의 이유와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듣기를 원했지만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성용 외에 믹스드존을 통과하는 다른 서울 선수들은 미안하다는 표정만 지을 따름이었다. 수원 선수들만 믹스드존 인터뷰에 응했을 뿐이다. 혹시 이런 기형적인 믹스드존 운영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것일까. 서울 구단 관계자는 "믹스드존 인터뷰를 안하는 것이 우리 구단의 방침"이라고 했고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홈 팀의 믹스드존 설치는 의무다. 그런데 믹스드존 인터뷰는 의무가 아니다"라는 묘한 해석으로 서울의 방침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문제는 프로축구연맹이 제작 배포한 '2008 K리그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 기형적인 해석이 틀리지 않다는 데 있다. 제 15조 10항에는 '홈 구단(팀)은 공동취재구역인 믹스드존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고, 경기출전선수는 경기 종료 후 믹스드존을 통과해 이동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부다. 어디에도 인터뷰 여부에 대한 강제 조항은 없는 셈이다. 물론 '연맹이 주최하는 공식 기자회견과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 해당 선수, 코칭스태프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여기에 해당하는 인터뷰에 믹스드존은 없다"고 말해 겉으로는 국제화를 표방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무시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stylelomo@osen.co.kr 이영표(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튼햄 시절 화이트하트 레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 후 인터뷰를 가질 때 박지성이 뒤에서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는 모습. [디지털무가지 OSEN 펀&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