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회의 발전 과정과 한국 선수협의 과제
OSEN 기자
발행 2008.12.06 07: 29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교육 문화회관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제9차 정기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회(JPBPA) 고문 변호사인 야마자키씨가 자리를 찾아 JPBPA가 걸어 온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단법인 및 노동조합의 성격을 함께 띄고 있는 JPBPA는 1985년 요미우리의 나카하타 기요시가 초대 회장에 오르며 돛을 올렸다. 2개 리그, 12개 구단 관계자들에게 조합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을 뒀던 출범 초기에는 최저 연봉제와 선수 계약서에 대한 개념 확립 및 비시즌 중 합동 트레이닝 폐지 등을 주장하며 선수들의 권리 지키기에 힘을 기울였다. 현재 요미우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선수회장 시절 연금 증액을 통해 모든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힘쓴 동시에 프리에이전트(FA) 문제 연구 위원회를 설치하며 FA 제도 도입을 이끌었다. 1995부터 1998년까지 선수회장을 맡았던 히로시마 내야수 쇼다 코조는 선수들의 기본 소득 확보에 주력했다. 특히 1996년 이시이 히로오(전 요코하마)의 요미우리 이적은 선수회가 보여준 동료애를 알 수 있었다. 긴데쓰의 오른손 주포로 활약했으나 1995시즌 부상 결장으로 인해 60%가 삭감된 연봉을 제시받으며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던 이시이는 선수회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준 덕택에 요미우리로 이적, 중심 타선에 합류해 부활했다. 9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서 활약하던 노모 히데오 또한 JPBPA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모는 1999시즌 이후 선수회에 "선수가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선수회는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가"라며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던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당시 선수회 회장이던 후루타 아쓰야(전 야쿠르트 감독)은 FA 자격 취득 기간 단축 및 연봉 협상서 대리인 제도 도입에 힘썼던 시기로 노모의 발언은 선수들의 자유 인권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야마자키씨는 특히 2004년 긴테쓰와 오릭스의 합병 이전 선수회가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 데 대해 설명했다. 당시 선수회는 '신규 기업의 프로야구 참여가 확정되기 전까지 오릭스와 긴테쓰의 합병을 1년 간 유보해 달라'라는 뜻을 밝혔으나 기존 구단의 반대로 인해 파업 결정까지 내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일본 야구계는 라쿠텐, 라이브 도어 등 인터넷 기업들이 프로야구 참여에 열을 올렸으나 현물 거래로 자금을 축적한 기존 구단들이 반대 의사를 밝혀 긴테쓰의 좌초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처럼 구단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얼마나 파급을 미치는 지 알고 있던 선수회는 12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한 개인의 부 축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구단 회장의 월권 행위로 인한 일본 야구의 위기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선수회는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며 라쿠텐의 프로야구 참여를 이끌었다. 당초 오릭스와 합병으로 야구를 접을 위기에 처했던 대다수의 전 긴테쓰 선수들은 라쿠텐 창단으로 인해 오릭스-라쿠텐 분배 드래프트를 통해 살 길을 찾았다. 최근 국내 선수들은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길을 잃고 방황 중인 히어로즈의 향후 행보와 '사인 거래'에 대한 논란, 혼인빙자 사태에 최근 터진 '인터넷 도박' 건 등으로 모든 선수들이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현 상황서 선수협은 귀중한 자리를 가졌다. 선수협은 처음 선수협이 출범했을 때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당시 송진우(42. 한화) 회장을 비롯한 선수들은 스타 플레이어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 간, '은퇴 위기'의 선수들을 위해 노력했다. 공중 분해 위기에 놓였던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이 가장 많이 선수협의 뜻에 동의했다는 자체가 '선수협 태동'의 뜻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선수협은 스타들 만을 위한 단체가 아닌, 야구 생활을 이어가다 벽에 부딪힌 동료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 선수들이 보여줬던 JPBPA의 움직임이 선수협에도 긍정적인 파도가 되길 기대한다. farinelli@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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