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인터뷰]'구속 부활' 김일엽, "내년에는 확실한 내 자리를 만들겠다"
OSEN 기자
발행 2008.12.08 07: 49

"지난해 2군에서 뛰었던 경험만 앞세워 막무가내로 덤볐다. 상대 타자와의 승부할때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해외파 출신 투수 김일엽(28)의 올 시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일엽은 올 시즌 롯데 계투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32경기에 등판, 2승 1패 1세이브 5홀드(방어율 3.21)를 거뒀다. 평범한 성적이지만 희망찬 미래를 예고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지난 7일 고향 대구에서 휴식 중인 김일엽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한 남자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총애 속에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김일엽은 시즌 초반 롯데의 필승 계투조로 뛰었으나 시즌 중반 급격한 구위 저하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는 "3개월간 1군 무대서 뛰며 타성에 젖어 있었는데 2군에 내려간 뒤 잘 하든 못 하든 이틀에 한 번씩 마운드에 올라 변화구를 던지는 요령과 타자와의 상대 방법 등에 대해 많이 익혔다"며 "지금껏 야구하면서 선발 투수로 활동했는데 중간 계투로 대기하는 것도 낯설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김일엽은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가 행복할 뿐. 그는 지난 2001년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금 85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으나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롯데와 신고 선수 계약을 맺은 김일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내 이주영(29) 씨에게 "3년간 야구해보겠다. 성공하면 계속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4년간 운동하지 않아 잘 되지 않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되더라.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다. 잘 해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영기 전 롯데 2군 감독, 노상수 전 롯데 코치,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 성준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일엽은 정 전 감독과 노 전 코치의 열성적인 지도 속에 자신감을 회복했다. 특히 올 시즌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한국땅을 밟은 아로요 코치와 경북고 선배 성 코치는 그의 성장을 위한 기폭제나 다름없었다. 김일엽은 "아로요 코치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 감사드린다. 성 코치님은 고교 선배라서 많이 챙겨주신다. 힘들때마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일엽은 아내 이주영 씨를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손꼽으며 "얼마 안 되는 돈으로도 살림 잘 하고 아무런 불평불만없이 아이도 잘 키워줘 고마울 따름이다. 자기도 많이 힘들텐데 내색하지 않을때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나중에 성공해서 연봉 많이 받으면 아내와 아들(김결)을 호강시켜주고 싶다"고 약속했다. 그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교 은사님과 통화할때마다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잘 하는게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191cm 106kg의 뛰어난 체격 조건을 가진 김일엽은 어깨 수술 탓에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팔스윙을 더 크게 하라"는 아로요 코치의 지도 속에 10월 1일 문학 SK전에서 올 시즌 최고 구속인 148km를 찍었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 142~3km 정도 나왔는데 시즌이 시작되면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고 던졌지만 더 안 나오더라. 아로요 코치님이 '체격에 맞게 팔스윙을 더 크게 하라'고 조언하셨는데 투구폼을 교정한 뒤 스피드가 향상됐다". 그가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겨우내 커브 연마와 컨트롤 향상에 주력할 계획. "올 시즌 결정구가 약했다. 후반기 들어 슬라이더를 자주 던졌는데 잘 통하더라. 지금도 계속 연습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커브를 제대로 익힐 생각이다. 한국 타자들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잘 공략하지만 커브는 많이 약한 편이다.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면 내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일엽은 "마운드에서 떨리는 건 없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컨트롤이 뒷받침돼야 스피드도 좋아진다. 이달 중순부터 피칭 훈련에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엽의 내년 목표는 1군 무대서 70이닝 이상 소화하는 것. 그는 "올 시즌 50이닝(47⅔이닝)을 채우지 못해 아쉽다. 내년에 70이닝 이상 던지기 위해 올해보다 15경기는 더 등판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올해에는 승리 계투조와 패전처리를 오갔는데 내년에는 확실한 내 자리를 만들겠다. 올해보다 더 좋은 한해가 될 듯 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wha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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