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3살만 되었어도 타자로 변신했을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오른손 투수 김일엽(28)이 타자 전향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191cm 106kg의 뛰어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괴력은 타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그는 동료 투수들과 프리 배팅에 나서면 항상 1등을 차지한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사직구장 펜스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8월 올림픽 휴식기 때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의 자체 평가전에서도 김일엽은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그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수가 아닌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김일엽은 성준 코치와의 대결에서 2안타를 뽑아냈다. 첫 타석에서 유격수 라인 드라이브로 물러났으나 2,3번째 타석에서 연달아 안타를 터트렸다. 네 번째 타석서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범타에 그쳤다. 국내 최고의 타격 지도자로 손꼽히는 김무관 타격 코치는 김일엽의 남다른 타격 소질을 발견하고 진지하게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김 코치는 "너는 힘이 좋으니 내후년에 홈런 20개는 거뜬히 칠 수 있다"고 그를 설득했다. 그러나 김일엽은 손사래를 쳤다. "내가 23살만 되었어도 타자로 변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타자로 전향하면 내년에 유니폼 벗어야 하지 않을까". 팀내 최고의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김일엽이 타석에 들어선다면 상대 투수들의 위협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대호(26)와 함께 롯데 최고의 거포 듀오를 이뤘을지도 모른다. wha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