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달라져야 프로야구가 살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추웠던 지난 1999년 12월 돛을 올렸다. 구단의 무서운 반대와 집요한 회유를 뚫고 태어났다. 지금도 추위 속에서 창립총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63빌딩 회의장의 열기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몇몇 선수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뜻은 꺾이지 않았고 선수협회의 깃발을 올릴 수 있었다. 불합리와 권리를 자각하고 일어선 그들에게 국민들은 따뜻한 박수로 지지했다. 뜨거운 성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선수협회는 가능한 것이었다. 선수협회는 그로부터 올해까지 10기 집행부를 꾸려왔다. 이제 선수협회는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든든한 축이자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선수협회 출범 이후 조금씩 선수권익도 개선됐다. 선수들의 평균연봉 수준은 높아졌고 여러 복지혜택이 생겼다. 최고 연봉선수가 7억 원을 넘는다. 각 구단의 억대 연봉선수들도 많아졌다. 지금도 선수협회는 제도개선을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선수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회적 공인으로 위치에 걸맞은 노릇을 해왔는가. 아니면 프로야구의 축으로 올곧게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는가.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권리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의무의 발걸음은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 사회를 뒤흔든 병풍사건에 이어 올해는 은밀한 사인거래가 불거졌다. 그리고 이번에 도박사건까지 터졌다. 형사사건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각종 사건도 수두룩하다. 이번 도박 사건은 심각하다. 프로야구 500만 관중 복귀와 함께 1000만 명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터진 대형 악재이다.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이번 사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선수협회 역시 자체 클린운동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구단과 함께 윤리의식과 소양을 끌어올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윤리강령도 제정 선포하고 선수들이 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느 해 보다 선수들의 의식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선수들은 어린이 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보고 배우고 따라하는 롤모델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 만일 똑같은 사고를 되풀이한다면 팬들은 외면할 것이다. 의무와 도리 없는 권익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스스로 달라져야 살아날 수 있다. 썰렁한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가? sunny@osen.co.kr 지난 3일 프로야구선수협회 2008 정기 총회서 손민한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장면.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