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27년이 흘렀지만 야구계에 제대로 쓴 소리 한 마디 하는 '어른'이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선수들 간에 암암리에 행해지던 불법적인 '사인 거래'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몇몇 선수들이 상습적인 인터넷 도박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병역비리, 폭력 등 이전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탈법, 위법행위는 끊이지 않았는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야구계는 환부를 도려내는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린이에게 희망을 줘야 할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데는 야구계 원로들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야구계에 프로야구 발전을 해치거나 그릇된 행동을 하는 후배들을 향해 준엄하게 꾸짖는 선배들이 없다는 얘기다.
고작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이 "빨리 진상을 밝혀내 잘못을 저지른 선수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촌평을 내놓은 정도다. 김 감독의 이런 반응도 WBC를 앞두고 대표팀 전력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진정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이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권 사무총장은 "운동선수들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다보니 사회적응이나 도덕적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엘리트 학원체육의 문제를 꼬집었다.
반면 야구계 선배들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빨리 가라앉기만을 바랄 뿐 야구계 전체를 향해 자성을 촉구하는 쓴 소리는 외면했다. 진정 야구계를 걱정한다면 최소한 후배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한편으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는 원로들이 제 몫을 못하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현재 야구계에는 프로야구 감독 출신을 비롯해 현직에서 물러나 있는 인사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현장에 있을 땐 "언젠가는 내가 받은 혜택을 후배들을 위해 베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은퇴 뒤엔 모습을 감춘다.
원로로서, 야구 선배로서 제 할 일을 못하다 보니 목소리를 내야할 순간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어른이 없는 야구계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남의 일처럼 지켜봐야 하는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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