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슈퍼리그 산파역' 현정화, "절반의 성공이죠"
OSEN 기자
발행 2008.12.09 10: 21

"관중도 없는데 무슨 성공? 탁구의 가능성을 찾았기에 절반의 성공이다". 현정화(39, 마사회) 감독은 바쁘다. 감독이니 당연히 바쁘다고? 안타깝게도 그녀는 너무 많은 직함을 가지고 있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대한탁구협회의 홍보이사란 이름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KRA컵 탁구 슈퍼리그 2008'이었다. ▲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현정화 감독은 일선서 활동하는 여성 탁구인 중 맏언니다. 책임감이 너무 많다보니 챙겨야 할 사람도 너무 많다. 여름 내내 한국을 달궜던 베이징올림픽 기간에는 소속팀 선수들보다 대표팀 선수들을 챙겨야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후배들의 미래가 고민이었다. 그런 현정화 감독이 추진한 일이 세미프로의 부활. 지난 2002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세미프로가 탁구 선수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였다. 사실 그는 입버릇처럼 탁구도 프로화가 돼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현정화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슈퍼리그 추진에 매달렸어요. 다들 무리라고 했지요. 그래도 우리는 해냈어요. 올해가 아니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절박함. 부족함이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지난 10월을 떠올렸다. ▲ "관중석 비었지만 가슴은 뿌듯했어요". 그녀의 말처럼 절박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추진이었다. 9월 초부터 유남규 김택수 강희찬 감독 등을 중심으로 추진된 슈퍼리그는 9월 18일 한국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두 차례의 큰 대회(추계실업탁구대회, 전국체전)를 치르면서 빈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대회를 준비하다보니 쉽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대회 개최를 결정한 시기가 10월 초순. 슈퍼리그의 개막전은 10월 27일이었다. 현실적으로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다. 언론 보도 외에는 실업탁구연맹의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대회 개최 시간과 장소가 알려진 것이 전부였다. 경기장 확보도 난관이었다. 강행군으로 몸이 말라갔지만 겨우 확보한 장소는 성남의 국군상무부대 체육관. 이날 경기장에서는 큰 소리로 응원구호를 외치는 선수들보다 텅 빈 관중석에 시선이 갔다. 그러나 현정화 감독은 대회 개최를 알리는 순간 가슴이 뿌듯했다고 했다. "저라고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지 않았겠어요? 아담한 체육관에서 분위기 좋게 열고 싶었답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잘했을 텐데...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희망을 가졌다는 게 기뻐요.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 애들이 눈빛을 빛냈을 때 정말 가슴이 뿌듯했어요". ▲ "슈퍼리그는 이제 시작. 프로로 키워낼게요". 현정화 감독의 꿈은 크다. 세미프로로 시작한 슈퍼리그를 프로로 키워내는 게 꿈이다. 물론 꿈만 큰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준비도 조금씩 갖춰 나가고 있다. 올해 부족했던 부분을 추려내 개선방안을 준비한 그는 10대 소녀처럼 희망을 노래했다. "저 욕심 많아요. 더 많은 사람이 탁구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일단 팬들을 찾아갈래요. 주말이면 생활체육회에서 참 많은 대회를 열어요. 우리가 찾아갈게요. 그러면 우리를 더 사랑해주시지 않을까요? 팬들이 있어야 프로예요. 탁구도 분명히 사랑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이처럼 꿈 많고 욕심 많은 그는 지금 행복할까. 현정화 감독은 "하루하루가 힘겨워요.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의 역할도 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행복해요. 탁구가 자리잡아가는 모습, 우리 애들이 땀 흘리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 낙이니까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stylelomo@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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