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얻었던 한 해였다". 투수 이현승(25)이 내년 시즌 히어로즈 좌완 선발진의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현승은 올해 40경기 중 19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지난 2006년 현대 유니폼을 입은 이현승의 보직은 줄곧 중간이었다. 첫 해 70경기 동안 40⅓이닝 동안 2승 19홀드 3.79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45경기에서 22⅔이닝을 소화, 1승 5홀드 7.15의 방어율을 올렸다. 단 한 번도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김수경(29)이 시즌 초반부터 난조를 보이는 사이 잠시 선발 기회를 얻은 이현승은 후반기 들어서는 아예 붙박이 선발로서 서서히 자신을 각인시켰다. 6승 중 5승을 선발로 나가 따냈다. 여전히 중간일 때 방어율이 1.69로 선발일 때 방어율 5.20보다는 좋지만 7번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더구나 시즌 마지막 SK와 두산전 두 경기에서 각각 8이닝(3실점), 9이닝(1자책 완투승)을 소화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에게도 장원삼, 마일영 등과 함께 2009시즌 기대를 모으는 선수 명단으로 꼽혔다. 이에 이현승은 "올해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찾았다"고 돌아보면서도 "그렇다고 긴장감을 늦춘 것은 아니다. 내년에도 결국 선발 경쟁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 고삐를 죄었다. 실제로 군에서 제대한 신인왕 출신 오재영(23)과 홀드왕 출신 이상열(31) 등이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또 "그동안 뼛조각이 팔꿈치에 돌아다녀 통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연봉협상 때도 그랬고 중간투수라는 인식이 강해져 버렸다"는 이현승은 "올해는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어 의미가 있었고 단 한 번도 팔꿈치 통증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기뻐했다. 대신 허리가 아팠다. 이현승은 "매년 여름만 되며 허리가 아팠다. 디스크 증상이 있긴 했지만 쉬면 괜찮았다. 결국 체력적인 면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스스로 원인을 찾았다. 게다가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공의 힘이 떨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피드를 똑같이 유지할 수는 없지만 하체를 단련이 관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원인을 찾은 이현승은 친구가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인천 부평시의 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선발로서 요령을 배웠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중간투수로 나설 때는 무조건 힘과 스피드로 눌러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강약을 조절할 줄 알게 됐다. 전체 경기를 통해 힘을 어떻게 배분하고 당일 컨디션, 주자의 유무에 따른 투구 패턴과 집중력의 차이도 조금씩 알게 됐다. 이현승은 이를 정명원 투수코치의 조언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이현승이 정신적 지주로 꼽는 정 코치는 동기생이지만 이미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장원삼을 비교대상으로 꼽으며 "네가 원삼이보다 항상 더 낫다"고 말해 격려와 자극을 동시에 시켜줬다. 이현승은 "사실 원삼이랑 실력차가 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칭찬이 내게 힘이 됐다"고 웃었다. 12월 말일부터 인하대에서 캐치볼을 시작하며 내년 캠프에 대비할 예정인 이현승은 "내년이면 프로 4년차다. 무조건 두자리 승수 목표를 향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로운 구질을 개발하기보다는 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 보유한 구질 1개라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여기에 140km대부터 110km대까지 다양한 구속으로 무장한 직구도 내년을 위해 준비 중이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에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며 각오를 불태운 이현승은 "팀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전 현대 코칭스태프들이 대부분 돌아와서 그런지 운동하는 자체가 즐겁고 신난다. 다들 내년에는 뭔가 이뤄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말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