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간에 배트를 잡아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프리에이전트(FA) 이적 1년 차를 맞게 된 정성훈(28. LG 트윈스)이 웃음 뒤의 진지함을 보이면서 휴식기에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올시즌 히어로즈서 2할7푼 3홈런 34타점을 기록,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으나 수준급 내야수 보강에 관심을 갖던 LG의 부름을 받아 새 둥지를 틀게 된 정성훈은 휴식기에도 잠실구장을 찾아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9일 잠실 구장서 만난 정성훈은 T배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형식적인 훈련이 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임팩트 순간 힘을 확실히 끌어올리며 많은 공을 때려냈다. FA로 이적한 선수들이 첫 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전례가 많았던 만큼,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긴 스윙이었다. 스윙을 마치고 손에 감은 테이프를 떼어내던 정성훈은 "사실 그동안 데뷔 후 이 시기에 훈련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팀 성적은 물론 나 자신 또한 올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냈기에 이를 상쇄하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테이프를 떼어낸 그의 손바닥에는 굳은 살이 가득했다. 뒤이어 정성훈은 곁에서 배팅볼을 때려내던 박종호(35)를 지켜보며 "(박)종호 형이 정말 열심히 하신다. 선배의 훈련 자세가 내게도 자극이 되는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부드러운 3루 수비를 자랑하는 정성훈은 광주일고 시절부터 뛰어난 내야수로 평가 받았다. 특히 1997년 최희섭(29), 이현곤(29. 이상 KIA), 송원국(29. 전 두산)과 함께 구축한 내야진은 고교 야구 역대 최고의 내야진 중 하나로 손꼽혔다. 당시 2학년이던 정성훈은 광주일고 3루수로 활약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참 좋은 팀이었던 것 같다. 2학년 때 '한 학교서 내야수 4명이 모두 뽑히면 안된다'는 일종의 불문율 때문에 청소년 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했었는 데 정작 3학년 때는 정강이 골절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라며 아쉬워 한 뒤 "정강이 부상 후 재활이 잘 안되서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10년도 더 된 일이라 문제 없다"라며 LG의 취약 지구였던 3루수 자리를 확실히 꿰차겠다는 다짐을 비췄다. 다음 시즌에 대한 질문에 그는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올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만큼 이를 씻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 구체적인 수치는 잡지 않았지만 어쨌든 올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많은 이야기 대신 경기장에서 활약을 내뿜겠다는 각오가 그의 눈빛에서 비춰졌다. LG는 그동안 'FA 잔혹사'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겪었던 팀이다. 스스로 홈 구장을 찾아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는 정성훈이 다음 시즌 LG를 웃음 짓게 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윤민호 기자ymh@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